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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Aug 15.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64

내포사(內舖舍)에 왜 목어(木魚)가 있을까?

포사(舖舍)는 높은 곳에 세운다. 포사는 무엇을 하는 곳일까?


내포사(內舖舍)에 왜 목어(木魚)가 있을까?


화성에 겉모양이 군사시설 같지 않은 시설물로 포사(舖舍)가 있다. 의궤에 "치 위(在雉上)에 집(舖)이 있으면 포루(舖樓)라 하고, 성 안(在城內)에 집이 있으면 포사(舖舍)라 하였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화성에는 서남(西南)포사, 중(中)포사, 내(內)포사 3곳이 있다. 그런데 서남포사는 곡성 위에 설치되어 있어 의궤에 말한 "치 위"도 아니고, "성 안"도 아니다. 애매하다. 하지만 엄격히 말하면 "성 안의 집"에는 중포사와 내포사만 해당된다.


서남포사는 서남암문 위에 있고, 중포사는 현재 미복원인데 팔달구청에서 보이는 언덕 위 삼일고교 끝 건물 위치이다. 내포사는 화성행궁 뒷산 높은 곳에 있다.


3곳에 대한 의궤 설명에서 공통된 점을 보면 위치가 높은 곳인 점(暗門上據高), 온돌방이 있는 점(仍置溫堗), 단청에 3토를 사용한 점(用三土), 대들보 위에 회를 바른 점(樑上塗灰)이다.

중포사(中舖舍)이다. 높은 구릉에 2층으로 세웠다. 팔달구청에서 올려다 보이는 삼일학교 건물이 선 곳이다. 

공통점에서 첫째, 높은 곳이어야 업무를 수행하는데 유리한 시설이란 것. 둘째, 추운 겨울이나 밤에도 쉴 수 없는 업무를 수행하는 곳. 셋째, 책임자는 계급이 높은 군인이라는 포사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포사(舖舍)의 기능이나 역할은 무엇일까? 의궤에 서남포사는 "높은 곳에 있어 멀리까지 볼 수 있기 때문에(據高瞭遠) 군졸을 두어 경보를 알리기 알맞다(宜於置卒報警)"라 하였다.


중포사는 "성 밖에서 길 가에 잠복한 자가 경보를 하면(城外伏路之報警也), 성의 각 해당 방면에서 포를 쏘아서 보고를 하고(各自該城面), 포사에 있는 군사가 기(旗)나 포(砲)로 보고해야 한다(舖舍之卒 亦應旗砲)"라고 되어 있다.


지금까지 알려져 온 것과 달리 3곳 포사는 맡은 임무에 차이가 있다. 서남포사는 직접 감시하고 직접 보고하는 시스템이고, 중포사는 성 밖 잠복자가 감지하여 가까운 성 위의 해당 담당자에게, 해당 담당자는 중포사에, 중포사는 내포사에 보고하는 체계이다.

화성행궁 뒷산에 설치한 내포사(內舖舍)이다. 1 칸은 온돌방이고, 반 칸은 한쪽이 개방되어 있다.

두 곳의 포사는 행궁 뒷산의 내포사로 보고한다. 내포사는 화성부나 장용외영의 책임자에게 최종 보고하게 된다. 이래서 내포사를 행궁 안에 설치한 것이다. 목적은 하나이나, 임무는 다르다.


보고 도구로는 "도설(圖說)"에 "기(旗)나 포(砲)로 보고해야 한다"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파수 절목(派守節目)"에는 불과 횃불이 추가된다. 낮에는 화포와 기를, 밤에는 화포와 불과 횃불을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화성행궁 뒷산에는 미로한정(未老閒亭)이라는 정자와 내포사(內舖舍)가 있다. 이곳에 오르면 행궁의 지붕들이 아름답다. 내포사는 온돌방 1칸과 한쪽이 개방된 반 칸 공간으로 이뤄졌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반 칸 공간에 목어가 달려있는 것이다.


왜 내포사에 목어(木魚)가 있을까?


목어는 법고, 운판, 범종과 함께 절의 4물(四物)이다. 법고(法鼓)는 땅에 사는 축생(畜生)을, 운판(雲板)은 공중을 날아다니는 중생과 허공을 떠도는 영혼을, 목어(木魚)는 물속에 사는 모든 중생을, 어리석음에서 깨우치기 위해 소리를 내는 불전사물(佛殿四物)이다.

화성행궁 뒷산에는 미로한정(未老閒亭)이라는 정자와 내포사(內舖舍)가 있다. 여기서 내려다보이는 행궁의 지붕 모습이 보기 좋다.

목어의 탄생은 종교를 떠나 교훈적이다. 독실한 불교신자셨던 어머니가 들려주신 이야기는 이렇다. 게으른 사람이 병으로 죽어 물고기가 되었다. 죽어서도 게을러 움직이지 않으니 씨앗이 날아와 물고기 몸에서 큰 고목으로 자랐다. 


짓눌리는 고통에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지나던 부처님이 제자들에게 나무를 잘라주라 하였다. 물고기는 자른 나무로 자기 모양을 만들고 속을 파내고 매일 조석으로 두들겨 달라 부탁했다. 목어 소리를 들을 때마다 게으름 피우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큰 나무를 지고 사는 게으른 물고기가 되지 말고,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는 물고기처럼 부지런히 정진하라는 교훈인 것이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목어가 소리 내어 우는 연유이다. 


사물(四物)은 법단에서 볼 때 오른쪽에 배치한다. 소리(音)는 본질(體)이 아니고 작용(用)이기 때문이다. "체용설(體用說)"에 의한 배치이다. 우리는 껍데기 "소리"만 듣지 말고, 본질인 "소리 이전의 소리", 즉 부처의 일승원음(一乘圓音)을 들어야 한다.

사진은 홍천 공작산 수타사(壽陀寺)에 있는 목어(木魚)이다. 매우 오래된 것으로 투박한 느낌이 든다.

본론으로 돌아와, 내포사와 목어는 무슨 관계일까? 소리(音)와 관계가 있다. 앞서 말한 화포, 깃발, 불, 횃불 외에 "소리"도 경보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화성을 지키는 규칙 "파수 절목(派守節目)" 중 "기계(器械)"에 총(銃), 기(旗), 등롱(燈籠), 기화(起火), 대방(大梆), 소방(小梆), 기간(旗竿)을 마련할 것을 정한다. 이 중 방(梆)이 목어이다.


"포사에서의 호령"에는 대방의 사용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다. "만약에 경보를 잘못 울리거나 잘못 전한 경우에는 사점하여 처치한다"라 하였다. 그 방법으로 "밤에는 신포 1 발을 놓고 횃불 1 뭉덩이를 들며 대방(大梆)을 쳐 구분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대방을 곁들여 사용한다는 말이다. 이런 목적으로 목어를 내포사에 걸어놓은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불교에서 사용하는 목어 그대로 사용했을까 의심된다. 필자는 "목어"가 아니라 "나무 딱딱이"로 보고 있다. 근거도 있다. 

경보 시노를 보내는 기구로 방(梆)이 있다. "방"은 목어, 목탁, 나무 딱따기를 말한다. 사진은 용주사에서.

첫째, 꼭 종교 용품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 둘째, "방(梆)"은 "목어 방(梆)"이 맞지만, "소리를 낼 수 있는 나무 기구"란 의미도 있어 여기에 목탁과 나무 딱딱이도 포함된다는 점. 셋째, 중포사와 서남포사는 목어를 걸어놓을 수 있는 장치나 공간이 없다는 세 가지이다. 목어는 좀 오버한 것같다.


60년대 중반까지도 밤 12시가 넘으면 "야경(夜警)꾼"들이 나무딱딱이를 치며 골목길을 누볐다. 크기로 보아 소방(小梆)이다. 나무 딱딱이도 소리 전달이 충분하다. 


포사는 화성에서 규모가 매우 작고, 위계가 낮은 시설물이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를 증명하는 기록도 있다. 하나는, 행행(行幸)이 있을 경우 2곳 포사에 장수 2명과 군사 4명으로 파수하게 하라고 했다. 다른 하나는, 행행(行幸)이 있을 경우 파수할 곳으로 27처(處)를 지정했는데 그 안에 2곳의 포사가 포함되어 있다.


이처럼 포사 1곳에 장수 1명씩 책임지게 하고, 60곳 중 27곳 안에 포함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시설물임을 말해주는 것이다.

화성행궁 내 내포사(內舖舍)에 목어(木魚)가 걸려있다. 건물은 작아도 매우 중요한 임무를 띤 시설물이다.

내포사(內舖舍)의 목어(木魚)와 포사(舖舍)에 대해 살펴보며, 시설물이나 기계(器械) 보다 운영규칙인 "궁장윤파성상파수절목(宮墻輪把城上派守節目)"의 정교함에 더 놀랐다.


화성 시설물에 상세한 운용 규칙(派守節目)과 유지보수 규칙(修城節目)을 만들어, 살아 숨 쉬는 시설물로 만든 정조(正祖)의 지속 가능한(Sustainable) 철학을 엿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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