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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Sep 14.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68

[화성 문답] 서포루(西砲樓)3량가(三樑架)

왜 서포루(西砲樓)만 3량가(三樑架)일까?


포루(砲樓)는 말 그대로 포를 쏘는 시설로 화성 여러 시설물 중 방어력이 가장 좋은 최강의 중무장 요새이다. 화성에는 북동포루, 북서포루, 서포루, 남포루, 동포루 5곳이 있다.


3층에는 집을 지었는데 모두 5량가(五樑架)이다. 단 하나 서포루(西砲樓)만 3량가(三樑架)로 지었다. 의궤에도 "서포루는 서북각루의 남쪽 197보의 거리에(在西北角樓之南197步) 있는데, 3량으로 집을 지었다(架三樑)"라고 특별히 언급했다.


왜 서포루만 3량가 일까?


포루는 벽돌로 쌓은 구조로 아래 면이 길고 위 면이 작다. 아래에서 위로 경사가 진 구조이다.


답(答)은 "서포루 터의 지형 때문"이다. 

이유를 살펴보자.


목조건축에서 가구(架構) 형식은 도리(道里)의 개수에 따라 3량가, 5량가, 7량가 등으로 부른다. 도리란 한옥을 옆면에서 보았을 때 지붕구조를 받치는 부재(部材)를 말한다. 도리의 개수는 대체로 보칸(樑間), 즉 한옥의 옆면의 크기에 의해 결정된다.


넓은 경우에는 7량가, 9량가를 채택하고, 좁으면 5량가, 3량가 형식을 취하게 된다. 서포루는 보칸이 포루 중 가장 작다. 겨우 9척(2.8m)이다. 이 수치는 상수(上收, 위 너비) 17척에서 벽체 두께를 뺀 수치이다.  


이 정도 너비에는 3량가가 적절했기 때문이다. 넓은 곳에 3량가를 쓸 수 없고, 좁은 곳에 7량가를 쓸 수 없는 것이 목구조이다. 나무 부재(部材)의 크기와 지붕의 경사도 때문이다. 보 칸의 기둥 간격 9척에는 3량가가 적절하다고 장인(匠人)이 결정한 것이다.


왜 서포루만 너비가 좁을까?


한국전쟁 당시 사진으로 팔달산 서쪽 모습이다. 중간에 인공 구조물이 서포루이다. 전후방향, 좌우방향 모두 가파른 경사지다.

포루 출입구는 일반 한옥이나 절의 대웅전과 달리 건물 측면이 출입구이다. 이 출입구가 있는 면의 폭이 좁은 것이다. 의궤에도 "바깥쪽 아래 너비 21척, 위의 줄어든 너비 17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너비가 좁게 된 것은 터의 지형(地形) 때문이다. 서포루 터를 보면 남쪽은 팔달산 정상이고, 북쪽은 서1치 쪽이다. 정상에서 서1치 쪽으로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성 쪽에서 성 밖 쪽으로도 급경사 지형이다. 


위에 실은 한국 전쟁 당시 찍은 사진을 보자. 팔달산 서쪽으로 사진 중간에 서포루 터가 보인다. 사진의 중간쯤 툭 튀어나온 인공 구조물이 보인다. 바로 이것이 서포루 1층 부분이다. 


서포루 터가 전후로, 좌우로 모두 급경사지에 세운 것임을 알 수 있다. 급경사 터라서 폭도 길이도 모두 짧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주어진 터에 알맞은 형식으로 3량가(三樑架)가 선택된 것이다. from NY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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