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69
[화성 문답] 동북공심돈 1층 총안과 여장
원통형 동북공심돈의 모습은 로마 히드리아누스 마우솔레움을 연상시킨다
로마 히드리아누스 마우솔레움(능묘, 陵墓)의 모습이다. 내부 기본 구조도 동북공심돈과 유사하다.
동북공심돈 1층에 왜 총안(銃眼)을 뚫었을까?
화성에는 3곳의 공심돈(空心墩)이 있다. 공심돈은, 높아서 적을 두렵게 하는 적대(敵臺) 역할을, 대포로 무장하여 포루(砲樓) 역할을, 적의 동태를 파악하고 연락하는 포루(舖樓), 포사(舖舍)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다목적 전투시설이다.
세 개의 공심돈 중 동북공심돈은 가장 독특한 외형을 한 시설물이다. 화성과 수원의 심벌로도 쓰인다. 국내 유일의 원통형 시설물로 동북성 높은 곳에서 화성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다.
입지(立地)에 대해 살펴보자.
성 밖에서 본 동북공심돈 모습이다. 여장에 가려 1층 총안이 보이지 않는다.위치는 동북노대와 동장대 사이의 90도로 꺾이는 성 밖으로 튀어나간 땅이다. 이곳에 세운 이유는 바로 맞은편에 높은 선암산(仙巖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산을 견제하는 것이 동북공심돈의 가장 큰 임무다. 높은 곳에, 높게, 그리고 원통형으로 만든 이유가 바로 선암산 견제 때문이다.
현재 동북공심돈을 보면 1층 선암산 쪽 벽면에 총안이 11개나 뚫려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총안이 앞의 여장에 가려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총알이 여장 너머 적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여장 안에 있는 우리 병사를 향하는 형국이다.
왜 이렇게 쓸모없는 총안을 뚫었을까?
1층 총안의 총알이 향하는 곳은 여장 안이 우리 병사이다.답(答)은 "복원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를 살펴보자.
1층 총안에 대해 어느 화성 연구가는 밀폐된 어두운 내부로 빛을 끌어들이는 자연 채광창(採光窓) 역할 때문이라 하신다. 하지만 동북공심돈에서는 총안이 채광창의 역할을 겸하도록 설계되었다.
의궤에도 "바깥쪽으로 총안을 뚫어서(外穿銃眼) 밝은 빛을 끌어들이는 구실을 겸하게(兼取其明) 하였다"라고 "겸하게(兼取)"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
성역의궤와 뎡니의궤에 "동북공심돈 외도(外圖)"가 있다. 이 준공도면의 모습이 원형이다. 원형과 복원 상태를 비교해 보니 크게 두 가지 차이가 나타난다.
첫째, 원형(原形)에는 선암산 쪽 동북공심돈 1층에 5개의 방안(方眼)만 뚫려있다. 그러나 현재 복원 상태는 방안 4개, 포혈 7개 등 모두 11개를 뚫어 놓았다.
둘째, 원형에는 여장 1타의 길이가 짧고, 1타에 총안이 1개씩이다. 그러나 복원된 여장은 타(垜)의 길이가 길고, 1타에 3 총안으로 일반 규격이다.
성역 당시 왜 이런 특수한 여장으로 설계를 했을까?
1층 총안의 위치와 여장의 타구 위치가 일치되어 있다.원성의 여장으로는 꽤 특이한 형식이다. 이런 형식은 이곳이 유일하다. 한(1) 타(垜)의 길이가 짧다. 1타에 총안이 1개만 설치되어 있다. 그리고 동북공심돈 범위 내에만 이런 형식이다.
여장이 왜 이런 모습일까? 이 또한 화성 미스터리의 하나다.
비밀의 열쇠는 1층 총안에 있다.
"1층 총안 위치과 여장 타구(垜口) 위치를 일치시키기 위해"서다.
이유는 타구(垜口)의 열린 공간을 통해 적에게 총을 쏠 수 있게 계획한 것이다. 그리고 총안과 총안 사이, 즉 총알이 나가지 않는 부분에는 짧은 여장을 두었다. 길이가 짧기 때문에 총안을 1개만 배치한 것이다.
왜 총안의 높이를 높이지 않았을까?
동북공심돈 총안 높이는 내부 경사로 구조에 의해 결정되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렇게 정해진 총안은 여장에 가려 죽은 총안이 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여장의 아가리(타구)를 1층 총안 위치에 일치시켜 1층 총안을 총을 쏠 수 있는 총안으로 살려낸 것이다.
생각 없는 일반적 복원은 안 된다는 교훈을 동북공심돈 1층 총안과 여장이 말해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