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문답] 동북각루 곡성(曲城) 여부
화성 규모에 대해 의궤에는 "원성(元城)이 3,964보 2척이고, 곡성(曲城)이 635보 4척으로, 전체 둘레 4,600보"라 했다. "곡성(曲城)"이란 용어가 처음 나오는 대목이다.
"곡성(曲城)"이란 무엇일까?
의궤에 "문(門)이나 초(譙), 치(雉), 포(舖), 대(臺), 돈(墩) 등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635보 4척이고, 이 밖에 원성이 3,964보 2척이다"라는 기록도 있다. 이 기록을 보면 원성이 아닌 "문이나 초, 치, 포, 대, 돈 등"을 이루는 성을 곡성이라 보면 된다.
그러면 방화수류정(訪花隨柳亭), 즉 동북각루(東北角樓)를 감싸고 있는 성은 곡성일까? 원성일까?
곡성을 정의해 보자.
시설물을 형성한 것 같은 데도 곡성이 아닌 것이 있다. 또한 원성에서 돌출된 형상이어도 곡성이 아닌 것이 있다. 원성과 곡성을 구분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다. 동북각루도 이래서 헷갈린다.
답은 "의궤(儀軌)"에 있다. 곡성의 정확한 구분은 오직 의궤 "도설(圖說)" 중 "성지전국(城之全局)"에 나오는 수치와 구분 정의에 따라야 한다.
이에 따라 동북각루를 구분해 보자.
의궤 "성지전국"에 "각루가 넷이 있다. 셋은 성신(城身)의 안에 있고, 하나는 용도(甬道)의 안에 있다"라고 각루를 설명한다. 서남각루가 "용도의 안에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면 나머지 서북각루, 동남각루, 동북각루는 "성신의 안에 있다"는 말이 된다.
이 설명에 곡성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개념이 있다. 바로 "성신의 안에 있다(在城身之內)"란 개념이다. 의궤에는 성안에 있는 시설물, 즉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은 곡성이 아니라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설물이 성 안에 있다는 말은, 그 시설물을 감싸고 있는 성은 원성(元城)과 잇대어 인공(人工)으로 성 밖으로 돌출시킨 성이 아니라는 말이다. 꼭 "인공으로 만든 성"이어야 하고, "원성에 잇댄 성"이어야 하고, "성 밖으로 돌출된 성"이어야 곡성(曲城)이 된다.
유의할 점은 돌출되지 않았는데도 곡성인 경우가 있다. 문, 암문, 수문이다. 이처럼 문은 의궤에 곡성이라 정의하고 있다.
그러면 "재성신지내 시설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노대, 동북공심돈, 장대 2곳 모두, 각루 4곳 모두, 포사 3곳 모두, 성신사가 이에 해당한다. 모두 12곳으로 꼭 기억해두면 좋다. 이 12곳은 곡성이 아닌 곳이다.
이렇게 되면 동북각루(방화수류정)를 감싸고 있는 성(城)은 곡성(曲城)이 아니다. 동북각루를 감싼 성은 "인공으로", "원성에 잇대어", "성 밖으로 돌출시킨" 성이 아니고, 자연지형 그대로 형성된 땅에 성을 쌓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북암문과 화홍문 사이의 원성(元城)이고, 이 성 안에(城身之內) 동북각루를 지었을 뿐이다. 바로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이다. 당연히 곡성(曲城)이 아니다. 화성에 관심 있으신 분은 최소 곡성의 개념은 알아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