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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03.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71

[화성 문답] 동장대 상대(上臺) 소단(小段)

동장대 상대(上臺) 좌우 작은 단(小段)은 왜 있을까?


동장대는 3개의 대(臺)로 이루어졌다. 아래로부터 하대, 중대, 상대라 부른다. 문석대(紋石臺)에서 여장까지는 대(臺)가 아니고 내탁(內托) 임에 유의해야 한다. 대(臺)란 너른 평평한 땅을 만들기 위해 지형의 고저차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동장대에서 상대(上臺) 부분이 매우 특이한 모습이다. 첫째 좌우 부분이 가운데 상대보다 푹 꺼져있다. 둘째 낮은 좌우 부분에 3개 낮은 단(小段)을 만들어 놓았다. 셋째 단의 위치도 양쪽이 비대칭이다.


왜 상대 좌우에 이런 낮은 단을 만들었을까? 그리고 왜 비대칭일까?

상대 좌우는 아래로 푹 꺼져있고, 낮은 단(小段)이 3개씩이다. 대칭도 아니다.

답(答)은 "동장대 터의 지형(地形) 때문"이다. 

이유를 살펴보자.


동장대를 만들기 이전 원래의 지형을 살펴보자. 성(城) 쪽에서 상대, 중대를 거쳐 하대(下臺) 쪽으로 경사진 땅이었다. 또한 동북공심돈에서 동장대를 지나 동암문 쪽으로도 경사진 지형이었다.  


이런 사실은 현재 동장대 밖 주변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게 두 방향으로 요동치는 지형에 지휘소 건물을 짓고, 군사들이 모일 수 있는 너른 마당도 있어야 했고, 군사 훈련장으로도 오갈 수 있는 통로가 있는 장대(將臺)를 만들어야 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울퉁불퉁한 두 방향 경사지를 잘 활용할 수 있을까?

현재에도 담 밖을 보면 공사 이전의 지형을 가늠할 수 있다.

지형의 전후좌우 고저차(高低差)를 극복할 방법으로 동장대에 "3대 3단(三臺三段)"을 선택했다. 상대, 중대, 하대의 3개 대(臺)를 조성해 전후 고저차를 해결하고, 상대 좌우를 낮추고, 3개 단(段)을 조성해 좌우 고저차를 해결한 것이다.


만일 "3단(三段)" 계획이 없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첫째, 좌우 담장이 높아져 지휘소 건물 처마까지 올라오게 된다. 그러면 지휘소는 동북공심돈, 동북노대와 소통이 끊기고, 활 쏘는 사대도 설치가 불가능하다.  


둘째, 좌우에 작은 문(小門)을 설치할 수 없어 수직청(守直廳)이나 훈련장은 정문을 통해 다녀야 한다. 억지로 설치한다 해도 가파른 계단이 되어 다수의 군사가 신속하게 사용할 수 없다. 

상대 좌우에 낮은 3개 단(段)을 설치하였다. 그래서 문(小門)을 내어 출입이 가능하게 되었다.

셋째, 지휘소 주변이나 뒤편 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가운데 돌계단을 장수와 함께 사용하거나, 아니면 좌우에 병사용 돌계단을 2곳 더 만들어야 한다. 


상대(上臺) 좌우를 낮추고 "3단(三段)"으로 계획하므로 좌우 담장 높이가 낮아졌고, 좌우에 작은 문(小門)을 낼 수 있게 되었고, 돌계단 2곳을 만들 필요가 없어졌다. 세 가지 문제점이 모두 해결된 것이다. 복잡한 전후좌우 지형을 아주 현명하게 풀어낸 계획이다. 


보잘것없지만 독특한 동장대 상대(上臺)의 좌우 소단(小段)은 화성 토목(土木) 계획의 백미(白眉)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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