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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23.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74

[화성 문답] 동북공심돈 여장(女墻) 깎기

동북공심돈은 왜 여장(女墻)을 깎았을까?


동북공심돈은 동장대 동쪽 높은 곳에 위치한 원통형 공심돈으로 성 밖 높은 선암산(仙巖山)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 무수한 총안과 포혈을 갖춘 공격형 방어 시설물이다.


맨 위에 집을 짓고 정탐과 경보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집 주위에는 5척 높이의 평여장을 둘렀다. 그런데 이 여장 중 성 안쪽 부분을 반(半) 정도 깎아 낮추어 놓았다.


왜 여장을 낮추었을까?

3층 여장을 성 안쪽에만 깎아 낮춘 동북공심돈 모습이다.


답(答)은 "연락을 수월하게 하려고" 낮춘 것이다. 

이유를 살펴본다. 연락의 대상은 행궁과 동장대이다.


동북공심돈 앞에 서서 성 안을 바라보면 화성 전체가 조망되는 높은 곳이다. 하물며 3층은 더욱 전망이 잘 될 것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화성 전망대"이다.


성역 당시 이런 위치를 활용하여 동북공심돈 3층은 연락 공간으로 사용하였다. 이웃하는 동장대, 최고 지휘소 서장대, 그리고 화성행궁에 동북지역의 적의 상황에 대한 경보를 보냈다.


여장 높이를 깎은 것도 연락을 수행하는데 편리하게 하려 함이다. 여장을 낮추어, 전시(戰時)에 정보를 전달하는데 편리하고, 평시(平時)에는 휴식을 취하는 장교와 병사에게 개방감과 전망을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5척 높이에서 3척(90cm) 높이로 낮추었기에 병사가 자연스레 서서 편하게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성역 당시부터 이런 목적을 갖고 낮춘 것이 확실하다 의궤 동북공심돈 내도(內圖)에도 낮추어 놓은 여장이 분명히 보이기 때문이다.. 

서북공심돈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원성에서 돌출시켰다. 4면이 적의 공격에서 자유스럽지 않다.

그러나 최상층의 북쪽, 동쪽, 남쪽 여장은 높이를 유지하였다. 적을 마주하는 위치여서 정탐을 수행하는 병사를 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공심돈과 서북공심돈은 왜 낮추지 않았을까?


"위치 때문"이다. 

동북공심돈은 성 안에 세운 것이고, 남공심돈과 서북공심돈은 치성(雉城) 위에 세웠다. 당연히 치성은 성 밖으로 돌출된 성이다. "재성신지내(在城身之內) 시설물"과 "치상축(雉上築) 시설물"의 차이다.


남공심돈과 서북공심돈은 성 밖으로 돌출되어 있어 사방이 모두 적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최상층 여장을 깎아 낮출 수 없는 이유이다. 같은 공심돈이라도 곡성인 동심돈과 곡성이 아닌 동심돈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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