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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강웅 Oct 16. 2021

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73

[화성 문답] 시설물 이름 앞 방위명

시설물 이름에 붙은 방위명에 기준이 있을까?


화성의 성(城)을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의궤 "실입(實入)"에 평지북성, 평지남성, 산상서성, 산상동성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평지와 산상이란 지형에 중점을 둔 구분이다.


화성 시설물 60개 중 봉돈, 중포사, 내포사, 성신사, 용도, 용연 6개를 제외한 모든 시설물 이름에 방위명(方位名)이 붙어있다.  


처음 화성 시설물에 관심 가질 때, 북서포루, 서북각루, 서장대, 동북공심돈 등 시설물 이름에 붙은 북서, 서북, 서, 동북 등 방위명 때문에 머리가 복잡했다. 어떤 기준이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만 해왔다. 


시설물 이름 중 앞에 붙은 방위명에 기준은 없을까?

성신사는 방위명이 붙어있지 않은 시설물의 하나다.

답(答)은 "기준이나 공식이 없으나 어느 정도 룰은 있음"이다. 

즉, 모든 경우에 적용되는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체에 일관된 기준은 없더라도 일정한 룰(Rule)은 있다. 도움이 될 것 같아 공유해 본다. 3가지 전제 조건과 3가지 룰(Rule)이다.


첫째,  방위명이 안 붙는 시설물을 우선 익힌다.

앞에 말한 봉돈, 중포사, 내포사, 성신사, 용도, 용연으로 6곳이다. 중포사, 내포사, 성신사는 성과 멀리 떨어져 단독으로 있어 방위와 무관하다. 용도, 용연은 성 밖에 위치한 시설물이다. 봉돈은 아예 방위명이 안 붙어있다. 


둘째, 4곳의 문은 별칭(別稱)을 사용한다. 

북문은 장안문(長安門), 남문은 팔달문(八達門), 동문은 창룡문(蒼龍門), 서문은 화서문(華西門)이란 별칭을 의궤에 줄곧 사용하고 있다.


셋째, 적대(敵臺) 이름에 붙은 방위명은 실제 방위가 아니다. 

문을 기준으로 한 특별한 표현이다. 예를 들면, 북동(北東)적대는 방위가 북동(北東)이 아니고, "북(北)문의 동(東) 쪽"이란 표현이다. 남서(南西)적대도 남서(南西) 방위가 아니고, "남(南)문의 서(西) 쪽"을 표현한 것이다. 

화성에서 4곳의 문은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 서문은 화서문이라 사용한다.

"3가지 전제 조건"을 제외한 나머지 시설물에는 일정한 룰이 있다. 


룰 1 : 서북각루에서 동문 사이에는 단일 방위명을 사용한다.

서북각루와 서남각루 사이의 모든 시설물에는 "서(西)"를 붙였고, 서남각루와 동남각루 사이는 모두 "남(南)"을 붙였으며, 동남각루와 동문 사이는 모두 "동(東)"을 붙였다. 각루를 기점으로 방위가 비뀌고 있는 특징이 있다.


룰 2 : 같은 유형 시설물이 여럿인 경우, 문(門)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부터 1, 2, 3을 부여한다. 

동포루(東舖樓)는 동문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부터 동1포루, 동2포루이고, 동치(東雉)도 마찬가지로 가까운 곳부터 동1치, 동2치, 동3치이다. 서치(西雉)는 서문을 기준으로 가까운 곳부터 서1치, 서2치, 서3치이다. 


룰 3 : 동문에서 서문 사이에는 일관성이 없다.

동북, 동, 북, 북동, 북서, 서북의 방위명을 사용하고 있다. 룰이 없는 것이 룰이다.  이곳은 자주 다녀보며 익히는 수밖에 없다.

4곳의 각루를 기준으로 방위명이 바뀐다. 4곳 각루가 화성 시설물 배치의 기준이다.

"방위명 공식 찾기"는 실패했으나 중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적대는 문(門)과 하나의 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른 하나는 동남각루, 동북각루, 서북각루, 서남각루 4곳의 각루가 화성에서 방위의 기준이라는 사실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 


각루(角樓)를 기준으로 방위명이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네 곳의 문(門)을 포함해 60개 시설물 중 4방위를 보여주는 것은 오직 4곳의 각루(角樓)이다. 그래서 의궤 "화성의 전모(城之全局)" 맨 앞에 4각8문(四角八門)을 언급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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