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문답] 곡성(曲城) 크기 측정기준
의궤에 여러 시설물의 규모가 기록되어 있다. 예로, "서북공심돈은 바깥 둘레 23보"로 기록되어 있다. 이 둘레 길이는 원성에서 돌출된 곡성의 둘레인데 좌우측 돌출 길이와 바깥쪽 외면 길이의 합이다.
측정 기준은 어디일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는, 실측을 하려고 시설물 앞에 서면 어디를 재야 할지 갸우뚱해지기 때문이다. 모든 시설물에는 여러 높이가 있는데 재야 할 곳이 맨 아래인지? 배꼽 높이인지? 가슴높이인지? 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곡성 크기의 측정 기준은 어딜까?
근거를 살펴보자.
적대(敵臺)와 포루(砲樓)에 답이 있다. 의궤에 "적대 외면의 아래 넓이 26척이고 위로 줄어든 넓이 21척이다. 좌우의 아래 넓이 각각 29척, 위의 줄어든 넓이 각각 24척이다"란 부분이다. 아래 치수와 위 치수가 모두 기록되어 있고, 아래 치수와 위 치수가 서로 다르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기록이다.
의궤 용어로는 "아래 넓이"를 "하활(下闊)", "위의 줄어든 넓이"를 "상수(上收)"라는 한자어로 표현한다. 꼭 알아두어야 할 용어이다.
의궤에 북성적대 규모는 바깥 둘레 22보 1척으로 나온다. 이를 영조척(營造尺)으로 환산하면 26m이다. 이 26m가 "아래 치수의 합"인지 "위 치수의 합"인지를 측정하여 계산으로 확인하면 의궤에서 측정하는 기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측정해 계산을 해보니, 아래 치수의 합이 26m이고, 위 치수의 합이 21m가 나왔다. 따라서 곡성의 측정 기준은 여러 높이 중 땅과 만나는 아래 부분, 즉 하활(下闊)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다행히 아래 치수와 위 치수를 모두 기록한 자료가 있어 확인할 수 있었다. 사설물이 지면(地面)과 만나는 맨 아래 부분이 시설물 규모의 측정 기준이다. 그렇다면 원성(元城)의 측정 기준도 자연히 밝혀진 셈이다.
"성(城) 밖"에서 "성과 땅이 만나는 아래 부분"을 측정한 수치의 합이 화성 총길이 4,600보의 측정 기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