覘正祖之圖 : 정조를 엿보다-78
봉돈(烽墩)의 주 기능은 왕궁이나 행궁을 기준으로 멀리 내륙 국경, 그리고 해안과 정보를 소통하는 것이다. 의궤에도 "멀리 육지나 바다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것(遠而水陸警報尤係)을 더욱이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不可緩者)"라고 그 목적을 말한다.
화성 봉돈(華城 烽墩)은 다음과 같이 세계 유일의 봉수(烽燧) 형식이다. 첫째, 위치는 병참과 방어에 불리한 산꼭대기 외진 곳에서 성(城)으로 끌어들였고, 둘째, 기능은 봉수대(烽燧臺)와 돈(墩)을 융합하여 봉돈(烽墩)으로 만들었고, 셋째, 형태는 성에서 돌출된 치성(凸城之制) 모양이며, 넷째, 운영체계는 적의 징후가 없는 평상시에도 신호를 보내는 시스템으로 운영하였다.
정조가 공격력을 방어 전략의 하나로 삼았고, 척후(斥侯) 기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규모는 너비가 54척, 깊이가 34척, 높이 25척으로 문(門)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깊이는 성 밖으로 18척, 성안으로 16척이 된다.
봉돈에만 쓰이는 몇 가지 용어를 살펴보자.
화두(火竇)는 불을 때어 연기나 불꽃이 바깥으로 나타나게 하는 시설로 화성 봉돈에는 5개가 설치되어 있다. 벽돌로 만든 원통형으로 길게 높이 솟아있는 것을 말한다. 높이 11척 중 성가퀴 위로 6척이 솟아있다. 화두 맨꼭대기에 불이나 연기가 나가는 구멍은 지름이 1척인데 이를 철정구(徹頂口)라 부른다.
거구(炬口)란 불을 지피는 아궁이를 말한다. 불을 때어 연기나 불꽃을 만들기 위해 땔감을 집어넣는 구멍을 말한다. 화두의 허리쯤 높이에 1척 5촌 정사각형으로 각각 한 개씩 뚫려있다. 뚫은 방향은 남북 각 두 곳씩 마주 보며 뚫려 있고, 가운데 한 곳은 좌측에 뚫려있다.
거로(炬路)는 봉돈 성벽 내부에 설치한 불이나 땔감의 이동 통로를 말한다. 봉돈 내면은 ㄷ 자로 3층으로 만들고 맨 위층에 5개의 화두를 설치하였다. 위아래로 오르내리거나 3층에서 좌우로 이동하는 통로를 거로(炬路)라 칭한다.
남쪽 1개에 불이나 연기를 피울 경우 평상시를 의미한다. 2개는 적군이 국경에 나타날 경우, 3개는 국경에 근접한 경우, 4개는 국경을 침투한 경우, 5개는 국경을 넘어와 전투 중인 경우를 알리는 신호이다. 이를 보면 국경의 상태만을 중시하였음을 알 수 있다. 요즘처럼 비행기나 미사일이 없던 시대이기 때문이다.
드물게 보는 시설물이라서 그런지 용어도 처음 보고, 익숙하지도 않다. 화두(火竇), 철정구(徹頂口), 거구(炬口), 거로(炬路) 정도 용어만 기억해 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