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엇갈리기 시작할 때

by 나무를심는사람

“서로를 향해 던진 말들이, 자꾸만 서로를 비껴갔다.”


사랑하는 마음이 항상
사랑처럼 들리는 건 아니었다.

어떤 말은 걱정해서 꺼낸 말이지만
상대에겐 잔소리로 들리기도 하고,
어떤 말은 사실은 위로였지만
차갑게 내뱉은 탓에 상처가 되곤 한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인가

그런 말들의 가장 많은 충돌이,
아빠와 나 사이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요즘엔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와?”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공부는 괜찮아?”
“그거 제 일이에요.”

“밥은 챙겨 먹고 다녀.”
“그걸 왜 매번 물어요?”


말은 평소의 대화처럼 흘렀지만
실은 마음이 부딪히는 소리만 가득했다.

나는 점점 아빠의 말투가 불편해졌고,
아빠는 점점 내 태도에 침묵으로 물러났다.


같은 집에 살고 있으면서
서로의 문 앞을 지나갈 때마다
말보다 숨소리가 더 크게 느껴졌던 시절.

그때 나는 어떤 말이 또다시

서로의 마음을 어긋나게 할까

말을 꺼내는 게 두려웠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기의 우리는
그저 서로를 잘 모르고 있었던 것뿐이었다.

아빠는 내가 아직 어린아이일 거라 믿었고,
나는 아빠가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확신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하는 말의 진심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 버렸다.

말이 엇갈린다는 건

단순히 표현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건 서로를 향해 다가가려는 마음이

다른 리듬으로 걷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점점 빠르게
‘혼자서도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아빠는 조용히
‘아직도 보살펴야 하는 딸’을 안고 있었다.

그 엇갈림은 결국 마음에 작은 틈을 만들고,
그 틈은 말 대신 침묵으로 채워졌다.


지금은 안다.
그때의 아빠가 했던 말들,
그 말투 속에 숨어 있던 마음들.

“밥은 챙겨 먹고 다녀.”는
‘너무 바빠도 제발 스스로를 돌봐줘’였고,

“요즘엔 왜 그렇게 늦게 들어와?”는
‘괜찮니? 피곤하진 않니?’였다.

그 말들을 그땐 듣지 못했다.

내가 들으려 하지 않았고,
아빠는 성장한 딸에게 서툴렀으니까.


아빠,
그 시절의 우리는 조금 서툴렀어요.

당신은 당신의 언어로 사랑을 말했고,
저는 제 방식으로 그것을 부정했죠.

그 엇갈린 말들 사이에서도
사랑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었는데
우린 그걸 끝까지 표현하지 못했어요.

지금은 그 말들 속에 담긴 온기를
천천히, 조끔씩 이해해가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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