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고 싶을 만큼 사랑해서, 죽고 싶을 만큼 사랑해 버린 <로맨스 킬러>
8은 무한궤도를 도는 완벽한 순환이다. 8의 모양을 지닌 사랑은 절대로 끝나지 않는다. B는 8이 반으로 쪼개진 불완전한 순환으로 완만한 궤도 중에 가끔씩 급커브 구간을 만나긴 해도 조심하면 끝날 일은 없다. 하지만 R은 어떤가? B가 쪼개지는 것으로 부족해서 결국 끊어지고 탈선된 궤도로 사랑을 튕겨낸다.
작품 속 킬러의 최고를 뜻하는 로얄의 R도, 불완전해서 불안했던 로맨스의 R도 내게는 그렇게 다가왔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끊어진 다리는 R의 끝자락이다. 로맨스에 취해 비틀거리는 킬러는 끊어진 다리의 끝에 서있는 모습으로, 이미 그가 위태로운 지점에서 갈등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랑을 죽이지 못하는 킬러는 사람을 죽이지 못하고, 사랑의 흔적을 지우지 못하는 킬러는 현장의 흔적을 지우지 못한다.
마치 총이라도 한 방 맞은 것처럼, 파격적이고도 강렬하게 뇌리를 가격하고 흔들어대는 <로맨스 킬러>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만약 성인 관객을 휘어잡을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고민한다면, 한국 영화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확실한 IP를 찾고 있다면 반드시 이 작품을 선택하라 자신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