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낮출 줄 아는 사람이 더 빛난다.
자신의 권위, 위치, 자격, 인맥 등을 앞세우지만 정작 내실은 없는 이들이 있다. 때로는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남'만 있을 뿐, 정작 그것으로 무엇을 할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난 이런 사람이예요~'라고 하지만 실상 허세이거나, 허세는 아니더라도 그냥 딱 거기까지일뿐, 공동체나 공익 혹은 타인을 위해 생각하고 움직이려하지 않는다. 그가 밝히는 조명은 한껏 자신을 향해 밝게 비출 뿐, 세상을 넓게 비추거나 상대를 향하지 않는다. 때때로 그들은 특정 분야에서의 활동이나 역할이 마치 어떤 자격과 신분이 있어야 가능한 것처럼 구분짓고 위장한다.
이번 흑백요리사2에 참가한 요리사들 모두 각자의 재능이 있었지만, 유독 눈에 띈 인물들은 손종원 셰프와 최강록 셰프였다. 인정할 만한 자격을 갖췄지만 굳이 내세우지 않고,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스스로 먼저 실천하며 남을 비하하여 자신을 높이려 하지 않는다. 상대에 대한 존중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위치와 타이틀보다는 요리라는 공통적인 입장을 대변한다. 자신은 특별하지 않고 그저 세상에 숨어 있는 요리를 열심히 하는 많은 사람 중 한 명이라고 얘기하던 최강록 셰프처럼 애정하는 것을 하는 일에는 자격을 구분하지도 신분을 나누지도 않는다.
세상도 그렇고, 여러 이들이 모여 특정 분야를 이루는 환경도 그런 이들이 바탕이 되어 움직일 때 비로서 순기능을 발휘한다고 생각한다. ‘나’보다 ‘우리’를 먼저 보고, 성과보다 과정의 가치를 알며, 승리보다 존중을 택할 줄 아는 태도. 그 안에는 자신에 대한 확신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함께 담겨 있다.
권위는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나오고, 영향력은 직함이 아니라 행동에서 드러난다. 누군가를 누르지 않고도 설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신뢰를 얻는 사람. 그런 이들의 존재는 주변을 편안하게 만들고, 공동체를 단단하게 만든다. 그들의 빛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스포트라이트가 아니라, 주변을 밝혀주는 은은한 조명에 가깝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인정받고 싶어 하고, 스스로를 증명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진짜 증명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쌓아온 태도와 선택으로 완성된다. 겸손은 자신을 숨기는 기술이 아니라, 자신을 더 깊게 드러내는 방식이다.
자신을 낮추고 주변을 비출 줄 아는 사람은 그래서 더 오래 빛난다. 그리고 그 빛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나아갈 수 있는 길을 비춰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