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나는 몰랐다. 아빠의 사랑이 얼마나 조용하고 깊었는지를.”
어릴 땐 몰랐다.
아빠가 왜 그렇게 자주 피곤한 얼굴이었는지.
왜 식탁에서 조용히 밥만 먹었는지.
왜 가끔 혼자 마당에 앉아 하늘을 오래 바라보았는지.
그때 나는,
아빠는 그냥 그런 사람이라고만 생각했다.
말수가 적고,
웃음도 많지 않고,
어딘가 세상과 거리가 조금 있는 사람.
하지만 지금 나는 안다.
그 침묵 속에 얼마나 많은 말들이 숨어 있었는지를.
중학생이 되면서
나는 아빠와 자주 부딪히기 시작했다.
별것도 아닌 말에 퉁명스러웠고,
“몰라요.”, “됐어요.” 같은 말로
대화를 끊어버리곤 했다.
그런 내 모습을
아빠는 한 번도 나무라지 않았다.
대신,
늘 같은 자리에 있었다.
식탁 옆자리,
현관 앞,
비 오는 날 우산을 들고 기다리는 버스정류장.
말은 없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으로
아빠는 늘 마음을 표현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건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
지적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고,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내 삶 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나를 지키고 있었던 사람.
그런 사랑을 나는
그땐 몰랐다.
어린 나는
사랑은 ‘표현’이라고만 생각했다.
많이 웃고,
자주 안아주고,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것.
하지만 아빠는
그 반대편에 서 있었다.
말보다 기다림,
스킨십보다 거리의 배려,
‘괜찮다’는 말 대신
‘있어주는’ 사랑.
지금 내가 조금 어른이 되어
나 역시 말보다 조용히 마음을 건네고 싶을 때면
그 시절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리고 문득문득
미안해진다.
그때는 몰랐던 그 마음.
그 깊이를 알지 못한 채
내가 얼마나 많은 말로
아빠를 밀어냈는지를.
어느 겨울밤,
방 문 앞에 놓인 따뜻한 호빵 하나.
아무 메모도 없이
그냥 놓여 있던 그것.
나는 그걸 친구가 줬다며 웃었지만,
지금은 안다.
그건 아빠였다.
그날 내가 울고 들어온 걸
말없이 지켜보던 아빠의 방식이었다.
사랑은
때때로 시간이 지나야 보인다.
그땐 몰랐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그 마음.
이제야 나는
그때의 아빠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이해하게 될수록,
나는 더 많이
그리워하게 된다.
아빠,
그땐 정말 몰랐어요.
당신이 그렇게 깊은 마음으로
저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걸.
미안해요.
그리고 이제야 알게 되어서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