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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초고 쓰기가 중요한 이유와 초안 잡는 방법

거의 모든 명문들도 거의 다 형편없는 초고로부터 시작된다.
-앤라모트 <글쓰기 수업> 중에서-

 책상을 튼튼하게 조립하는 팁이 있다. 먼저 상판과 다리를 지지할 나사를 대충 조여 모양부터 잡은 다음 대각선 방향으로 차례로 조여준다. 처음부터 한쪽 나사를 너무 단단히 조이면 반대편 상판이 들뜨게 될 위험이 높다.

 책상을 조립하는 이 간단한 노하우는 글쓰기에도 적용된다. 서론부터 완벽하게! 본론도 두 번 손댈 필요 없이 탄탄하게! 결론까지 한 번에 완벽하게! 당신이 타고난 천재라 하더라도 이렇게 쓰기는 어렵다. 돌을 손에 잡히는 대로 툭툭 한 번에 올려서 과연 얼마나 높이 석탑을 쌓을 수 있겠나.

 수정을 고려하지 않은 글쓰기는 처음부터 힘이 많이 들어갈뿐더러, 완성 후에도 어딘가 들뜨고 삐걱대는 글이 될 위험이 높다. 일필휘지(一筆揮之 : 한숨에 글씨나 그림을 줄기차게 쓰거나 그림)란 환상에 불과하다. 글밥 먹고 사는 작가들조차도 한번 쓴 글을 수십 번에서 수백 번까지 고치고 다듬는다.

 좋은 글을 쓰는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나뉜다. 초고, 그리고 퇴고(推敲). 초고란 본격적인 요리를 하기 전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몽땅 꺼내놓는 행위에 해당한다. 머릿속에 있던 추상적인 정보들을 일단 시각 정보인 글로 다 옮겨놓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요리가 뭔지 분명해진다.

 요리가 그렇듯, 글도 한 번에 완벽하게 써지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끄덕끄덕하지만 막상 펜을 들면 마치 그게 가능할 것처럼 쓴다. 초고에 대해서는 일찍이 소설 <노인과 바다>로 유명한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명료하게 정의한 바 있다.

 “모든 초고는 걸레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걸레를 한번 만들어 보자.     

초고 쓰는 방법

 ‘초고’라는 말에서 ‘초’의 한자어를 물어보면 대게 ‘처음초(初)’라 답하는데, 흥미롭게도 ‘풀초(草)’를 쓴다. 초고(草稿). 들판에 난 잡풀처럼 여기저기 듬성듬성, 아무렇게나 풀이 자란 모습에 대한 비유다. 동시에 글을 시작하는 방법까지도 알려준다. 한 번에 완성하려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휘뚜루마뚜루 써나가면 된다.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전할지 정하고 나면 일단은 쓰고 싶은 내용을 떠오르는 대로 막 써 내려가는 것이다. 뭘 더 하고 빼고, 순서를 바꾸고, 문장을 다듬고 하는 일은 나중에. 일단 시작!

 염두에 둘 것은 초고를 쓸 때 마음가짐과 태도다.


초고 쓸 때의 마음가짐

1) 한 번에 완성하려는 마음을 버린다.

2) ‘어차피 수정할 건데’라는 마음으로 쓴다.

3) 첫 문장에 대한 두려움과 부담을 내려놓는다.


초고 쓸 때의 태도

1) 아무것도 고려하지 말고 쓴다.

2) 서론, 본론, 결론을 구분하지 않는다.

3) 맞춤법에 신경 쓰지 않는다.


 생각이 안 나면 ‘생각이 안 난다. 뭐라고 쓰지?’라는 말부터 써 내려가면 된다. 자연스럽게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긴장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효과가 있다.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쓰면 최대한 많은 글감을 모으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한 의식의 흐름도 유연해지고 머리와 손끝을 이어주면서 글도 매끄럽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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