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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루 Apr 01. 2022

글쓰기의 기본 : 문장 만들기

무엇을 쓰든 짧게 써라. 그러면 읽힐 것이다.
명료하게 써라. 그러면 이해될 것이다.
그림 같이 써라. 그러면 기억 속에 머물 것이다.
-미국 언론인 조지프 퓰리처(Joseph Pulitzer)

 집을 나설 땐 목적지가 분명해야 헤매지 않는다. 목적 없이 산책을 나서기도 하지만 어디까지나 혼자일 때고, 당신을 따르는 일행이 있다면 반드시 목적지를 알려줘야 한다. 글도 그렇다. 좋은 글은 대상과 목적이 분명하다. 누가 읽는지, 왜 이 글을 썼는지.

 글쓰기를 지도하는 입장도 마찬가지. 대상과 목적을 생각하지 않으면 단지 강의를 위한 강의가 되고 만다. ‘체언은 조사의 도움을 받아 주체 구실을 하며, 조사는 다시 격조사와 보조사로 나뉘고, 관형어는 그 체언을 수식하는 역할을 한다’는 식의 국어 교과서 같은 지도는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성과도 없다. 그렇게 해서는 늘지 않는다.

 문장과 문장이 만나 문단을 이루고, 문단과 문단이 모여 한 편의 글이 완성된다. 장르 불문하고 이 문장과 문단을 구성하는 기본기가 부족하니 긴 글을 쓰기가 어렵다. 바로 이 대목에서 글쓰기가 어렵다고 느낀다.

 우선 문장을 다루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체언이 어쩌고, 조사가 저쩌고는 몰라도 된다. 한국말만 할 줄 안다면 이미 문장을 다룰 만한 실력은 충분하다.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첫째, 문장은 가급적 짧게 쓴다. 수타면을 기이이일게 뽑아내는 건 장인들이나 가능한 영역이다. 초보들이 흉내 내봐야 면의 길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비문, 오문, 악문 투성이인 글을 보면 죄다 길게 쓴 문장들이다. 짧아야 정확해진다. 짧아야 명확해진다. 짧아야 한 호흡에 먹기(읽기) 좋다.

 ‘주어와 동사만으로 문장을 만들고 싶다.’

 김훈 작가의 말이다. 하물며 장인들도 짧고 명료한 문장을 선호한다. 여기에 다음 두 번째의 힌트가 숨어 있다.     

 둘째, 주어와 동사만 연결해 본다.


1. 나는 칼럼을 쓴다.
2. 나는 블로그에 칼럼을 쓴다.
3. 나는 블로그에 글쓰기를 주제로 칼럼을 쓴다.
4. 나는 지난해부터 블로그에 매주 화요일마다 글쓰기를 주제로 칼럼을 쓴다.
5. 나는 지난해부터 블로그에 매주 화요일마다 글쓰기를 주제로 칼럼을 쓰고 있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나부터도 성장의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문장이 점점 길어지는데, 5번 문장은 어딘가 어색하다. ‘매주 칼럼을 쓴다’는 문장과 ‘글을 쓰며 성장하고 있다’는 두 개의 문장을 묶었는데 연결이 부자연스럽다. 긴 문장을 제대로 썼는지가 궁금하면 주어와 동사만 읽어 본다.

 1~4번 문장은 ‘나는 쓴다’로 요약된다. 하지만 5번은 ‘나는~되는 것이다’로 어색하다. 퇴고할 때 이런 문장을 찾아서 고쳐야 한다.

 수정 방법은 간단하다. 둘로 쪼개면 된다. 다시 첫 번째 조언으로 돌아가서, 문장을 가능한 짧게 써야 하는 이유다.

 글을 쓸 때 낱말 하나 당 천 원씩의 사용료가 통장에서 빠져나간다고 생각해보라. (상상하니까 글쓰기를 아예 포기하고 싶어진다). 다시! 원고료 100만원을 먼저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최대한 낱말을 아껴 써야 이윤이 남겠지?

 초보 작가들은 어떻게든 분량 채우기에 급급하다. 준비한 소재도 빈약하고 맛깔나는 문장을 다룰 실력도 스스로 부족하다 여기니 어떻게든 말을 길에 늘이려고만 든다. 한 번 우려낸 멸치에 두 번, 세 번 자꾸 물을 부어대니 깊은 맛이 날 수가 있다. 말을 최대한 아껴 쓰려다 보면 농축된 언어에서 깊은 맛이 난다. 이게 바로 언어의 경제성이다.



비문(非文) : 문법적으로 맞지 않는 문장.

오문(誤文) : 의미상 오류가 있는 문장.

악문(惡문) : 추상적이고 멋을 부려 내용이 어려운 문장(치문稚文), 혹은 전개가 어지럽고 질서가 없는 문장(亂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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