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개전 이후 끝없는 소모전 양상 속에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크리스마스나 새해를 기점으로 종전 논의가 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양국은 러시아 점령지 반환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지원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와 달리 러시아는 심각한 물자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 외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이 더해져 전쟁의 후폭풍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알렉산더 모틸 미국 러트거즈대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전쟁 초기 러시아의 키이우 장악 시도가 실패한 이후 러시아의 패배 가능성은 점점 더 커지는 듯하다”라며 패전 이후 푸틴 대통령 퇴임을 비롯해 러시아가 국가 붕괴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그는 중앙 통제적 시스템으로 인해 이 같은 확률이 더 커질 것으로 내다봤는데, 최근 러시아가 휴전을 위한 절충안 마련에 나섰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러시아의 한반도식 정전안
휴전선 긋고 영토 나눌까
우크라이나 국영 통신사 우크린포름에 따르면, 올렉시 다닐로우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서기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현재 한국의 시나리오를 제안받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는 러시아가 한반도의 38도선과 같은 군사분계선을 그어 영토 분단을 통해 전쟁을 끝내려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사실상 영토 반환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의 종전 협상 조건을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미인데, 다닐로우는 “드미트리 코작 러시아 대통령 행정부 부국장이 유럽의 전직 정치인들을 만나 ‘휴전을 위해 양보할 준비가 되어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한국 대표들은 한반도 내 휴전선 설정이 큰 실수였다는 생각을 전해왔다”라며 불수용 의지를 표했다.
의혹 완강하게 부인한 러시아
서방의 무기 지원 비판했다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의 ‘한반도식 정전안’ 주장을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식 정전안 제안설은 가짜 이야기일 뿐”이라며 관련 의혹을 일축했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을 “우크라이나 국민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연장시킬 수 있습니다”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영국 스카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최근 영국 국방부는 개전 이래 처음으로 우크라이나에 챌린저2 전차 10대를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다른 서방 국가들도 무기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독일, 프랑스 등 동맹국들은 무기 지원에 있어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는데,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AMX-10RC 경전차 지원을 약속하자 미국과 독일도 각각 브래들리 장갑차와 마더 장갑차를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서방에 전폭적 지원 요구
“푸틴은 패배 생각 안 해”
우크라이나는 장갑차가 아닌 전차, 최첨단 드론 등 화력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조지 W.부시 대통령 재임 시절 외교·안보를 책임지던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과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은 공동기고문을 통해 “푸틴 대통령은 시간이 자신의 편이라고 믿는다고 확신한다”라며 “미국과 유럽의 단결과 지원은 금이 가고 깨질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어떤 방식으로든 우크라이나를 통제하려 할 것이라는 뜻이며 “어떤 협상에 의한 휴전도 언제든 침공을 재개할 수 있도록 러시아군을 강력한 위치에 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품 제공을 급격히 늘려 군사적 성공을 거둘 수 있게 해야 한다며 “나토는 장거리 미사일, 더 많은 정찰·감시 능력을 몇 달이 아닌 몇 주 내에 제공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