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여파로 신냉전 기류가 심화하면서 전 세계 군비 경쟁에도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현지 시각으로 24일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발표한 ‘2022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비 지출 규모는 사상 최고치인 2조 2,400억 달러(한화 약 2,992조 원)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7% 증가한 수치로, 글로벌 군비 지출은 8년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SIPRI의 군사 지출 및 무기 생산 프로그램 선임연구원인 난 티안은 “각 국가는 악화하는 안보 환경에 대응하여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는 가까운 미래에 개선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유럽 군비 지출 크게 증가
우크라는 집계 이래 신기록
이번 통계에서는 러시아의 직접 위협을 받는 유럽의 지출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유럽의 지난해 군비 지출은 약 30년 만에 가장 큰 폭인 13%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으며, 러시아 인접국인 핀란드와 리투아니아는 각각 36%와 27%의 가파른 증가 폭을 보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군사 지출은 지난해 440억 달러(한화 약 58조 7,840억 원)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급증했으며, 이는 SIPRI 집계 이후 단일 국가의 군사비 지출 증가 폭으로는 최대치이다. 러시아는 GDP의 4.1% 수준인 864억 달러(한화 약 115조 4,736억 원)를 군사비에 썼고, 이는 러시아 정부의 기존 예산 계획보다 34% 초과한 수치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은 62조로 9위
내년엔 일본에 뒤질까
세계 3대 군비 지출국인 미국·중국·러시아의 지난해 지출액은 전 세계 전체 지출의 약 56%를 차지했다. 미국은 8,770억 달러(한화 약 1,172조 원)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2,920억 달러(한화 약 390조 원)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이 그 뒤를 이었고, 러시아 밑으로는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가 높은 연간 지출액을 기록했다.
SIPRI는 중국과 일본이 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부추겼다고 평가했다. 9위를 기록한 한국은 10위권 국가로는 유일하게 전년 대비 2.5% 감소한 464억 달러(한화 약 62조 원)를 쓴 것으로 집계됐고, 460억 달러(한화 약 61조 4,790억 원)의 일본이 10위에 자리 잡았다. 이번 통계에서 일본의 군비 지출은 1960년 이후 최대 규모인데, 올해 방위비를 26% 증액함에 따라 내년 보고서에선 새로운 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