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아침, 브런치에서 메일이 없는 걸 보니 발표전에 이미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도 며칠 밀린 영화리뷰를 써야겠기에, 아침에 부랴부랴 조금은 담담한 마음으로 글을 썼다. 글을 쓰고 올리자, 곧 브런치팀에서 당첨자발표가 났고 나는 떨어졌다.
그날 아침에 쓴 리뷰는 <아바타: 물의 길> - 아바타 없는 아바타였는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어서 다음 메인에 갈 것이라곤 생각 못했다. 내 글에서 스포일러 들어간 것들은 안 올려주는 것 같았어서. 그런데 22일 아침, 조회수가 1000, 2000을 막 넘기기 시작하는 것 아닌가. 전에 <한산> 리뷰처럼 다음 메인에 떴다가 오타가 나가지고 덧글에 그 얘기만 하면 곤란하겠다 싶어 다시 한번 오타랑 이상한 부분만 보았다. 그런데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았다. 이전에 보지 못한 속도였다.
찾아보니, 다음 메인의 영화 뉴스 섹션, 다음 모바일 메인, 다음 영화의 브런치 매거진, 구글 앱, 심지어 브런치 인기글에도 한 번에 올라온 것이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보통은 다음 메인 -> 다음 모바일 메인 -> 구글 앱 이렇게 유입경로가 나오다가 돌아가는 게 보통이었다. 게다가 저렇게 해서 조회수가 몇천 몇만이 나와도, 브런치 인기글에는 띄워주지도 않았었다.
브런치 인기글에 뜬 효과였을까? 아이러니하게도 난 이번에 브런치 앱이 바뀐 것에 대해 '인기 있는 사람의 글만 계속 보이도록 만들어진' 것에 대해 비판글을 남겼었다. 그런데 내가 그 효과를 누리다니. 아냐 그래도 안돼. 앱이 좀 골 때리게 바뀌긴 했잖아. 내가 올라가고 내려가는 사이에도 떠있는 글과 작가는 계속 떠있더란 말이지. 아무튼 첫날, 조회수는 3만이 넘어갔다.
다음 메인이 조회수 폭발이 가장 큰데, 다음 메인에서 내려갔음에도 만 단위의 조회수는 계속 이어졌다. 그러더니 결국 어제 점심에는 이런 알람이 왔다. '<아바타: 물의 길> - 아바타 없는 아바타'의 조회수가 7만을 돌파했다는 것.
그리고 브런치 인기글에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것의 효과였을까, 이전에는 조회수가 늘어도 구독자가 늘거나 좋아요가 더 늘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구독자도 좀 더 늘고, 좋아요는 처음으로 50개를 돌파했다.
사실 이번에 떨어진 것을 계기로, '네이버 프리미엄 콘텐츠'와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 옮길까 생각도 했었다. 브런치와 내가 잘 안 맞던지, 브런치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던지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가 2년 동안 영화와 인문학, 디자인 관련 글을 그렇게 올렸는데도 테마별 추천작가에 한 번도 올라간 적이 없다. 거기 올라간 사람들을 눌러 들어가 보면 딱히 구독자나 글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브런치 픽도 그렇고, 메인에 올라가는 것도 그렇고, 인기글 선정방식도 애매하고, 나를 띄워주기 싫은 게 아닐까란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냥, 아무리 지원자가 8000명이 넘었더라도 50명이나 뽑는 공모전에 안된다면 내 글과 주제가 브런치와 맞지 않다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은가. 게다가 다행인지 아닌지, 선정작들 중에는 내가 쓴 영화+인문학 주제, 프리랜서 디자이너와 관련된 주제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어제 쓴 글 조회수가 떡상을 하고 구독자가 늘고 좋아요가 눌리는 거다. 마치 브런치가 나에게 '뽑히지는 못했지만 우린 이렇게도 해줄 수 있어. 기분 좋지? 그러니까 어디 가지 마.'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우는 아이 입에 사탕을 뽁 넣어준 것처럼 난 지금 울면서 사탕의 달달함을 맛보는 중이다.
그래서 난 또 내 브런치북을 홍보할 거다. 출판사 몇 군데에 벌써 투고도 했다. 심지어 이번 브런치 공모전에 참여했던 출판사에도 보냈다. '내 브런치북 재미있는데 다 안 보셨죠? 자세히 다시 한번 보세요~'라고 말하고 싶었거든. 사탕을 먹고 나니, 다른 플랫폼으로 이사하는 건 하지 않는 게 좋겠다 싶다. 하지만 브런치북은 이제 공모전보단 투고를 할 생각이다.
아바타 글이 떡상하는 걸 보고 그 밑에 바로 <영화 볼 때 이런 생각 해 봤어?> 글을 달았는데, 달면서 브런치 북 표지가 계속 신경쓰여서 더 강렬하게 제작해 바꾸었다. 그런데 바꾸고 보니 진작에 바꿀걸 그랬나 싶다 ㅠㅠ
*책을 출간하게되면 삽화를 직접 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 (미술 전공자)
자 아직도 읽어보지 않으신 분들은 한번 읽어 보세요. 나름 재미있게 썼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볼 때 이런 생각해 봤어?>는 단순한 영화리뷰가 아니라, 그 주제와 소재를 파헤친 글이므로 스포일러가 포함된 부분도 있지만 사실 그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괜찮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