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카시모프 Mar 04. 2021

결혼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갖지 않는다.

다양한 모습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폭력이다.


"결혼을 하지 않는다. 아이를 갖지 않는다."


비혼이라고 하면 꼭 돌아오는 이야기가, "아직 어려서, 잘 몰라서 그래. 하는 게 좋아. 돌아갈 가정이 있어야지. 아이는 있어야지. 결혼은 해야지." 클라이언트 부장님, 택시기사 아저씨, 찜질방 아줌마 등등 지나치는 어르신들은 꼭 그렇게 덧붙인다.


어느덧 40대 나이가 되고, 여전히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내가 쉽게 반려동물을 입양하지 않는 것과도 비슷한 것 같다. 가족이 생기면 책임이 따른다. 나는 그 책임을 다할 자신도 없고, 나와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이라면 나처럼 살게 될 가능성이 큰데 나는 그런 삶을 주고 싶지 않다. 물론 아이는 예쁘고 귀엽다. 나와 비슷한 생명체가 나보다 더 오래 세상에 남아 살아가 준다는 건 기쁜 일이겠지. 누구보다 나에게 애증을 가진 존재가 있다는 것 또한.


하지만 그런 걸 다 고려해서라도 내 유전자를 남기고 싶지 않다. 가족을 꾸리고 싶지 않다. 충분히 오래 생각해서 내린 결론이다. 나와 같이 비혼주의를 표방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는 건, 전통적 결혼제도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는 출산율을 늘리기 위해 '결혼'을 장려한다. 출산율을 높이려면 비혼인 사람들도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제도나 사회인식을 바꾸는 방향이 필요하다. 즉 미혼모나 미혼부가 아이를 가지고 키워도 사회적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혼자 키워도 사회생활하면서 육아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그게 낙태나 버려지는 아이를 줄이고 출산율도 높일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어릴 때 부모님이 이혼해서 편부가정에서 자랐다. 그렇다고 해서 엄마가 막 보고 싶고 안타까워 눈물 나고 그런 적 한 번도 없는데, 왜 다들 나를 불쌍하게 보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혹자는 미혼모나 미혼부로 아이를 가지면 아이에게 몹쓸 짓이라고 한다. 정상적인 사랑을 받을 기회를 뺏었다 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정상적인 가정'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정말 모두 행복하고 정상적인 가치관을 지니고 살고 있나? 우리가 언제 부모의 무엇을 선택할 수 있었나? 난 딱히 아버지한테 잘한 적도 없는데 왜 편부가정이라고 효행상을 주는가? 아버지가 폭력적이고 집안이 돈 때문에 싸우는 걸로 나쁜 환경이긴 했지만 엄마가 없어서 불행한 가정은 아니었다. 양친이 온전히 있는 집이어서 다들 행복했나? 내 주변엔 그런 사람은 오히려 정말 손에 꼽았다.


그런 분들 말 대로라면, 장애인도 아이를 가져선 안되고, 동성애 커플도 입양이나 임신을 해선 안 되는 등, 우리가 아는 '하하호호 건전한 가정'을 꾸리지 못할 사람은 결혼도 아이도 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사실 한부모가정이나,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행복하지 못한 건 그 가정의 모습 자체가 아니라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 때문이다. '그들은 행복하지 못할 거야'라는 그 편견이 그들을 불행하게 만든다. 아이를 갖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은 다양한 이유로 아이를 갖지 않기를 선택했다. 아이를 가져야만 행복한 삶이라는 건 편견이다.


사람은 다양하고 삶의 방식은 다양하다. 자신이 경험한 세상이 전부라 여기고 다른 사람에게 싑게 자신의 잣대를 가져다 대는 것, 그것이 바로 혐오고 폭력이다. 부처가 말하는 자비는, '남을 불쌍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내가 아닌 사람들을 이해하는 세상, 그게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더 좋은 세상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설을 구정이라 부르면 안 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