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의 필을 받아서 농구화와 농구공을 새로 샀다. 농구를 할 체력이나 시간이 많이 되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느냐 하면 그것도 딱히 아니다. 그저 농구장에서 슛을 쏘고 드리블을 하는 그 좋은 감각을 종종 느끼고 싶어서다.
40대를 넘어가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일단 몸이 필요 이상으로 피곤하다. 20대 때 천방지축으로 뛰어다닌 나를 생각하면, 지금은 웨이트 트레이닝도 해서 겉보기엔 더 좋은 거 같은데도 말이다. 아! 웨이트를 해서 몸이 피곤한 것인가 -_-
그러고 보니 대학교 때 같은 학교였던 배우 이선균, 오만석하고 학교 농구장에서 같이 한게임 뛰었던 적도 있었다. 연극원은 워낙에 체력이 좋고 농구를 잘해서 그 해 체육대회도 휩쓸었던 기억이 ㅠㅠ 미술원은 뭘 해도 쩌리였다. 아무튼 농구를 했던 기억들을 떠 울리면 재미있는 기억, 아픈 기억들이 많다. 실제 '게임'을 해야겠다고 한다면 종종 손가락이 삐거나 발목을 다치는 일은 감수해야 한다. 생각보다 농구는 정말 거친 경기다. 몸이 따라줘야 한다. 시종일관 슬램덩크 등장인물들이 땀에 절어있는 게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20대에도 농구 동아리를 들어 본 적이 있지만, 그땐 본격적인 농구화가 아니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농구하다 보니 무릎에 물이 찼다. 그래서 이번에는 무릎 보호대와 본격적인 에어가 들어간 농구화를 샀다. 마치 뒷동산 가면서 고가의 등산장비를 구입하는 아저씨 같지만 그래도 몸이 안 좋으면 장비라도 좋아야 하니깐.
농구공은 아웃도어용으로 세심하게 골랐다. 야간에도 공이 잘 보이는 형광물질이 발라져 있는 공도 있었는데, 야간에는 잘 나가서 할 것 같지 않으니. 그리고 공이 너무 형광이야... 그래서 이쁘게 생긴 몰텐 흰색으로 샀다. 접지력과 손맛이 좋다길래 어느 정도인가 했는데, 과연 좋다! 내가 공을 한 손으로 잡아 올릴 수 있는 정도다.
거창하게 뭔가를 시작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꾸준히 슛 연습을 하다 보면 저녁에 농구하는 아이들에게 끼워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 아침 일찍 농구장에 나가서 드리블, 슛 연습을 했다. 점프가 힘들어서 스냅으로만 슛을 했는데, 그래도 나름 잘 들어가던데, 훗. 피봇 플레이도 괜찮고, 레이업 슛은 다시 연습해야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