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의 은행동 언덕 꼭대기에는 작은 식물원이 있다. 공식 명칭은 <성남시 식물원>이지만, 사람들은 보통 은행동에 있다 해서 은행 식물원이라 부른다. 아마 처음엔 은행자연관찰원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던 것 같다. 용도폐기된 배수지와 양묘장을 이용해서 2002년 개관한 곳이다. 나는 은행 식물원이라는 이름이 정감 있어서 좋기 때문에 항상 그렇게 부른다.
이곳에 가려면 은행동의 엄청나게 경사진 골목을 올라가야 하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집들도 어디가 1층이고 2층인지 헷갈리게 지어진 집들이 많다. 골목도 일관되지 않고 마구 나뉘어 있어서, 걷는 데 힘이 들지만 재미있는 구석들이 많은 동네다. 그렇게 언덕 꼭대기에 오르면 작은 은행 식물원이 반겨준다. 나름 해설, 탐방, 체험 프로그램들이 다양하게 있는 곳이고 작지만 예쁜 꽃들도 많아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나도 1년에 몇 번씩 들르는 곳이기도 하고. 저번 겨울에 은행 식물원 가는 길을 올리기도 했는데, 역시 식물원은 따듯할 때 와야 제맛이다. 사진은 2019년 5월에 찍었다.
붓꽃. 이 꽃을 볼 때마다 종이 접기에서 '학의 기본형'으로 접어서 만드는 종이 접기가 생각난다.
그림자 사이로 비치는 햇살을 좋아한다. 그것은 아무 이야기도 없을 것 같은 풀과 나무에도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조금 찍다 보니 노을이 지고 있었다. 노을빛은 풀들을 노랗게 물들였다.
식물원을 다 구경하고 내려오는 길에서 만난 댕댕이. 뭐가 그리도 좋은지 꼬리를 흔들길래, 사진을 찍어줬더니 이내 가버린다.
숲 속 한켠에도 노을이 만든 영험함이 깃든다.
하산길 한켠에 있던 버려진 바이크. 바이크에 대해 잘 모르지만 범상치 않은 프레임이다. 참고로, 성남 모란 지역에는 바이크 가게가 꽤 있다.
요즘은 일이 너무 바빠서 마음 놓고 동네를 돌아다니지도 못한다. 조만간 날이 더 선선해지면, 카메라를 들고 동네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생각이다.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던 곳에 숨겨진 삶이 거기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