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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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침대
은주의 손이 천천히 아래로 흘러내리자, 둘 사이의 숨결이 다시 조금씩 달아올랐다. 한 번 가라앉았던 파도가 이불 아래에서 다시 모양을 바꾸며 서서히 밀려오는 듯했다. 은주는 그의 숨결이 머물던 자리를 천천히 쓸어 올리더니,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흐릿한 조명 아래서 그녀의 어깨와 쇄골, 허리의 선이 한 번 더 또렷하게 드러났다. 방 안의 공기는 이미 충분히 따뜻했지만, 그녀의 피부 위로는 또 다른 온기가 서서히 번지고 있었다.
“또… 할 수 있어?”
은주가 조용히 물었다.
질문이라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대답을 확인하는 말투였다.
K는 다시 끓어오르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은주는 살짝 웃더니, K의 허리 위로 올라서며 몸을 더 가까이 붙였다. 둘의 체온이 다시 겹쳐지는 순간, 잠시 잦아들었던 심장 박동이 다시 거칠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바깥의 눈보라는 그대로였지만, 방 안의 공기는 점점 더 묵직하고 뜨거워졌다.
K는 눈앞에서 일그러지는 은주의 얼굴과 입술 사이로 터져 나오는 소리에 알 수 없는 만족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바뀌는 그녀의 표정과 소리를 살폈다. 그는 은주의 목덜미에서 출렁이는 금빛 목걸이를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그녀의 몸을 감싸 쥐었다. 은주가 자신의 손으로 K의 양손을 덮으며 힘을 주었다.
“아…”
그녀의 짧은 숨소리와 달아오른 몸짓이 한껏 치솟는 순간— K의 머릿속 어딘가, 오래 잠들어 있던 장면이 불쑥 비집고 올라왔다.
흐릿한 호텔 조명.
자신과 결혼을 약속한 여자의 등 위로 번지던 낯선 남자의 손.
둘이 밀착해 흔들리던 장면.
그녀가 K에게 단 한 번도 들려준 적 없던, 낮고 억눌린 신음.
웃음처럼 들렸던 교성과 뒤엉킨 침대 시트.
K는 그 생각이 치밀어 오르자, 속이 뒤집히며 분노와 배신감이 몰려왔다.
순간, 그는 거칠게 몸을 일으키며 은주를 밀어냈다.
갑작스러운 K의 움직임에 은주는 놀란 듯 그를 바라봤지만, 이어지는 그의 손길을 거부하지는 않았다. K는 양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잡아 침대 모서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통창과 그녀의 뒷모습이 그의 시야에 한 번에 들어왔다.
어둑한 방 안에서 은주의 허리에서 아래로 이어지는 선이 부드럽고도 자연스러운 곡선으로 드러났다. 흰 이불 위로 겹쳐지는 그 라인은, 눈 위에 스치듯 그려졌다가 금세 사라지는 흔적처럼 섬세하고도 덧없어 보였다. K는 무의식적으로 숨을 들이키며 그녀의 허리선을 한번 감싸 안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 은주의 등허리에서 이어지는 선을 따라 손을 아래로 미끄러뜨렸다.
손등으로 한 번, 손바닥으로 한 번, 조심스레 그 라인을 따라 쓰다듬었다.
그러자 은주의 등이 아주 조금 떨렸다.
“거기… 좋아.”
은주의 목소리가 낮게 흘러나왔다.
그의 몸이 다가오자, 은주의 몸이 자연스레 기울어졌다. 침대는 아주 작은,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로 반응했다. 은주는 두 손으로 이불을 움켜쥔 채, 숨을 고르다가 이내 짧고 높은 소리로 그의 이름을 뱉어냈다.
그녀가 내는 소리는 속삭임에 가까웠지만, K의 움직임이 깊어질수록 점점 더 진해지고 길어졌다. K의 움직임에 따라 은주의 신음이 방 안의 공기를 타고 번져나갔다. 바깥에서는 눈보라가 유리창을 거칠게 두드리고 있었고, 안에서는 은주의 목소리가 K의 고막을 울렸다.
“은주 씨…”
K의 숨이 거칠어졌다.
은주의 호흡이 그의 호흡과 맞물리며 방 안의 공기를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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