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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말고 while (7)

언젠가는 - Everything Happens to Me

by 박경민


그 음악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티모시 샬라메가 Chan의 부모님 집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하던 장면. Chan은 그 피아노가 집안의 가보라고 주인공에게 말해주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실내엔 그림자가 짙었다.
피아노 음이 조용히 이어졌고, 그 안에는 말 대신 노래하듯 새어 나오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을 담은 채 건반을 누르는 손끝은 조심스러웠고, 입술 사이로 새어 나오는 낮은 음성엔 말로 내뱉지 못한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었다.
그 장면이 꼭, 지금의 그와 같았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는 마음을 품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바에 앉아 음악을 듣고 있는 모습.
훈이 꺼내든 책을 바 테이블에 올려놓고 책을 펼치려던 순간, 조용히 다가온 바텐더가 말을 건넸다.

"뭘로 드릴까요?"


8화. Everything Happens to Me


바의 구석 자리에 살짝 꺼진 듯한 바닥,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작은 의자에 한 남자가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의 등 뒤로는 흐릿한 도시 풍경을 담은 액자 하나가 걸려 있었고, 앞에는 짙은 호두나무색의 바 테이블이 묵직한 분위기를 풍기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크지 않은 바의 내부는 전체적으로 조명이 어둡고 차분했지만, 천장에서 낮게 내려온 노란 전등 아래 놓인 테이블만큼은 따뜻한 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손을 움직여 옆 자리에 놓인 가방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하지만 온 신경은 책이 아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에 가 있었다.

훈이었다.


훈은 지금 흘러나오고 있는 재즈음악을 알고 있는 듯했다. 그의 표정과 몸짓이 음악에 맞춰 아주 미세하게 반응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쳇 베이커의 <Everything Happens to Me>

그는 속으로 그 곡을 따라 불러보았다.


I've telegraphed and phoned

and sent an airmail special too

Your answer was goodbye

and there was even postage due

I fell in love just once

and then it had to be with you

Everything happens to me


…단 한 번 사랑에 빠졌는, 그게 하필 너였어

모든 불행은 꼭 나에게만 일어나지


그 음악은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의 한 장면을 떠오르게 했다.

티모시 샬라메가 Chan의 부모님 집에서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시작하던 장면.

Chan은 그 피아노가 집안의 가보라고 말했었다.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실내엔 짙은 그림자가 깔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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