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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계수나무숲 Jul 21. 2023

좋은 소식

이런 날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살면서 좋은 기억이 강하게 남을까?

안 좋은 기억이 오래 남을까?

물과 기름 같은 두 속성을 저울질하긴 어렵지만 이제부터라도 좋은 기억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글을 쓸 때면 좋고 행복한 기억을 남길 때보단 괴로운 기억을 곱씹을 때가 많았다.

나에 대한 반성의 의미이기도, 다시는 그러지 말자라는 오답노트의 개념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 순간 이 산뜻한 한여름에 시원한 바닷바람 같은 기분은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은 게 글로 기억으로 새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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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무릎뼈가 금이간지 7주 차.

"무더운 날 집안에 있으면 되니까 다행이지? "

어떻게든 엄마의 갑갑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어 말을 건넸지만 엄마는 늘 힘들어했다.

특히 지속적인 장마로 하늘에 구멍 난 듯 비가 쏟아질 때면 엄마의 무릎은 유독 흐리고 시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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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검진일.

X-ray를 찍고 난 후 엄마는 두려워했다.

"안 붙은 거 같아..."

넘어지고 무릎에 금 간 후 엄마의 부정어는 더욱더  쌓여갔다.


그런데 내 느낌은 달랐다.

병원으로 오는 길.

오늘은 유독 하늘이 맑았다.

날이 덥긴 했지만 하늘에 뭉게구름이 가득했고 차 안은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상태라 기분이 산뜻했다.


내가 운전대를 잡은 이후 처음으로 맑고 쾌청한 날씨였다.


주차부터  접수 진료까지

유독 밀림 없이 속전속결로 진료실로 들어갔다.

엄마와 나는 긴장 가득한 마음으로 의사 선생님의 입만 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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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과 비슷하게 보이네요"

막 찍은 X-ray 사진을 본 의사에 말에 엄마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붙지 않았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나 보다.

그러자 바로 의사가 말을 이어갔다.


"좋다는 뜻입니다.

이제 보호대 풀고 재활치료 하시면 되겠어요"


'만세!'

속으로 얼마나 크게 만세를 불렀는 줄 모른다.

이번달 아니 올해 들어 가장 기쁘고 개운한 순간이었다.


엄마는 연신 의사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진료실을 나왔다.


아직 시간은 점심시간 전

엄마는 물리치료를 받는 중이다.

치료를 받고 난 후 허기진 엄마에게 무엇을 먹여야 할까?

이런 날은 무엇을 먹어야 할까?


그동안 답답하게 지냈던 엄마의 마음속 구덩이가  깨끗하게 비워졌을 텐데 그 속을 무엇으로 채워주면 좋을까?


내가 차를 가져오는 바람에 불편하게 출근했을 남편에게도 이 기쁜 소식을 전했다.


남편이 말하길 오늘이 바로 '중복'이라고 했다.

남편은 중복 기념으로 시원한 초계국수를 점심메뉴로 선택할 거라고.



글쎄,

아직 메뉴를 정하진 못했지만

오늘은 엄마에게 신선하고 맛있는 걸 먹이고 싶다.


치료받고 있는 엄마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다.


어디서 먹든, 무엇을 먹든

그냥 오늘 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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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s!

건강해진 엄마!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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