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둘째가 아빠랑 출근을 해서 평소보다 시간이 많이 남았던 작년 11월 첫째 주 목요일 아침, 가방에 책 한 권, 연필 한 자루 넣고 도서관에 가던 길이었다. 우리 집과 시댁의 거리는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인데 도서관 가는 길목에 자리 잡아 우리 시댁은 나의 방앗간이다. 시댁이 가까운 만큼 그냥 틈나고 생각나면 붕어빵 한 봉지 사 들고, 귤 챙겨, 또 매우 자주 빈손으로 놀러 가서 10분, 20분 앉아있다 오곤 한다. 그날 아침은 둘째 등원이 없으니 시간이 너무 많은 것 같이 느껴져서 일찍부터 청소하고 설거지하고 어머님 만나러 방앗간에 들렀다. 어머님은 아침이면 산으로 동네 한 바퀴 돌며 산책 겸 운동을 가시는데 그날은 1분이라도 늦었으면 운동 가시는 어머님과 못 만날 뻔했다. 집 앞 대문을 여는데, 신발을 이제 막 신고 나오시려는 어머님은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사람 형상을 보니 깜짝! , 나는 거꾸로 어머님이 문 앞에 서계셔서 깜짝! 이렇게 서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잠깐 운동 가시는 것을 뒤로 미루시고 거실에 앉아서 어머님과 나는 며칠 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서로 풀던 중 어머님께선, 아버님께서는 오늘도 새벽같이 목욕탕에 또 가셨다며 날씨도 추운데 아침 일찍 가는 건 참 싫으시다고 말씀하시며 매일 아버님께서 지난번 내가 짜준 목도리를 항상 두르고 다니신다고 하셨다. “수현아, 아빠가 맨날 목도리가 너무 따뜻하다고 동네에 입이 침이 마르도록 말씀하고 다니신다.” 한 세 번쯤 며느리 자랑 스토리를 듣고 있는데 벌컥 아버님이 들어오시다 나를 보자마자 하시는 말씀이 “수현아, 이 목도리가 너무 따뜻하다. 내가 나가서 삼거리 슈퍼, 철물점, 염소 탕 집에서도 다 말했는데 다들 좋아 보인다더라.”하며 신발도 안 벗으시고선 그 자리에 서서 계속 말씀하셨다. 얼마나 따뜻했으면 저리 좋아하실까? 그냥 목도리인 것을...... 하지만 나도 아버님께서 너무 잘 착용하시고 이렇게 진심으로 칭찬해주시니 기분이 무척 좋았다. 아버님께서 계속 서 계시니 어머님께서는 이제 그만 들어오셔서 옆에 앉으라고 재촉하셨고 아버님은 그제야 겨우 신발만 벗으시곤 소파에 자리를 잡으시더니 겉옷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오 만원을 꺼내시며 너무 따뜻해서 목도리 값을 줘야 한다고 하셨다. 어머님은 뿔 내시면서 좀 있다 수현이 생일 선물이나 좋은 거 사주시라 잔소리를 하셨다. 우리 아버님 바로 꼬리를 내리시곤 그럼 수현이 도서관에 가는데 따뜻한 차 마시라고 만원으로 바꿔 주시면서 귓속말로 “내가 이번 생일에는 용돈 2배로 주마~” 하셨다. 그런데 목소리가 너무 커서 어머님이 다 들으시곤 “ 그래요. 수현이 생일날 용돈 많이 주세요.” 해주셨다. 약속이 있었던 터라 집을 나오며 추운 겨울이 오기 전에 도서관에서 네키 목도리와 모자를 만드는 봉사를 하길 너무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수세미 뜨기를 하는 줄 알고 동네 엄마와 신청했던 건데 모자와 목도리를 뜨게 되었던 거였다. 봉사를 하다 보니 뜨개질하는 법도 배우고 관심이 생겨 어머님 아버님 목도리도 만들고 아이들 모자에 지금은 목도리만 3개째 뜨고 있다. 작은 것에도 항상 고맙다 해주시는 아버님 어머님께 항상 감사드린다. (2018년 12월 3일 아버님 어머님 생각에 마음이 따듯해 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