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께 쓴 편지

힘내요 아버님

by 유시


일요일 아침 신랑과 앉아 온라인 예배를 다 드리고 자리를 정리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신랑이 조심스레 검정 공책을 내밀었습니다. 시아버님께서 지난달 16일부터 계단에서 넘어지시면서 응급실로 이송되셨습니다. 중환자실에 입원 중이신데 코로나 상황으로 중환자실 면회가 전면 금지된 상황입니다.


' 아버님께 편지를 쓰면 담당 간호사분께서 아버님께 면회 대신 편지를 읽어주신대' 신랑은 전달을 받은 이야기를 해주며 공책과 연필을 제 쪽으로 밀었습니다.


'많이 안 써도 괜찮은데........'


공책을 열어보니 한 장 빽빽하게 편지가 눈에 보였습니다.


뇌경색만 아니셨으면 이번 겨울에 시댁에서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냈었을까? 아버님 어머님과 맛있는 붕어빵도 먹고 크리스마스 생일도 함께 보냈을 텐데.. 공책을 집어 들고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께 편지를 쓴다고 밖에서 우왕좌왕입니다.

'엄마, 이 종이에 편지 써도 돼?'

'엄마, 나 그림 그려도 돼?'

'엄마? 엄마?...'


중환자실에서 우리 가족이 쓴 편지를 바쁘실 텐데 다 읽어주실 수 있을까? 저도 한 자 한 자 편지를 써 내려갔습니다.


'나 휴지 좀 가져다줘~'

'휴지 한 장만 더~'

' 미안해.. 내가 그냥 갈게.'

휴지 한 장으로는 제 눈물 콧물을 다 감당할 수가 없더라고요.. 이렇게 10분 30분 1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서로의 편지는 읽지 말자.

내가 쓸 때도 읽으면서 엄청 울었는데.. 가족들 편지 읽으면 또 눈물이 앞을 가릴 테니까..

큰애는 할아버지 편지에 말라기 1장 6절 을 적었다고 합니다. 나보다 낫는구나.

그러고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추운 겨울 아이들과 신랑과 할아버지와의 이야기하며 부지런히 달렸습니다. 저랑 아이들은 코로나 때문에 집콕하다 일주일 가량만에 나오는 첫 나들이었습니다.

'병원이더라고 아버님 만나러 가는 거면 더 좋을 텐데..'

병원은 철통 보안으로 G 층에 계신 보안분께 전달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읽어주신다니 너무 다행이죠.

이제 자주 써야겠습니다.


집에 돌아와서 형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내가 너무 글을 많이 썼구나.. 싶었어요.

다음에는 조금 더 짧게 써야겠어요.


아버님께서 빨리 완쾌하셔서 집으로 돌아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일반병실로 옮기는 것부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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