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머릿속에 제비가 날아든 어느 새벽에 후딱 써버린 이야기
떨어지지 않는 이상한 새가 있다. 옥상 빨랫대에서 공동현관 앞 화단으로 망설임도 없이 날개를 펴고 돌진하는 저것을 나는 조마조마하는 가슴으로 본다. 매일처럼 반복되는 나와의 만남을 기억할 리 없는 어리석은 제비 양반을 위해, 나는 내내 저 존재를 눈치 채지 못하고 옥상에서 하늘만 바라보고 서 있다가 화들짝 놀라 우스운 소리를 내며 뒤로 주춤하는 몸짓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예를 표한다.
언제는 저 제비가 어제처럼, 그제처럼 아래로 아래로 곤두박질치다가 화단에 놓인 깨진 주황 빛깔의 화분 조각에 머리를 박는 것을 본 것도 같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저 제비가 떨어져 본 적 없는 제비인 것 같고 저 제비는 정말로 떨어져 본 적 없는 양 매일을 저렇게 아슬하게 곤두박질치며 나는 것이다. 알 수가 없다. 내가 원체 이것저것 잘 까먹는 둔한 사람이라 예전에 제비가 떨어졌던 것도 기억 못 하고 오늘은 또 어떻게 저것이 떨어지지도 않고 얼마나 멋지게 나나 구경을 하러 천치 같이 매일 옥상에 올라오는 것이든지, 아니면 제비가 내 앞에서 볼품 없이 떨어진 일이 창피해서 그걸 없던 일로 하려고 태연한 척 연기를 하면서 과연 나를 성공적으로 속인 것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계속 날 보러 머리를 내미는 것이든지 둘 중 하나일 텐데.
둘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한데 나는 내가 어지간하면 속는 법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럴 듯한 거짓을 들이밀고 나를 꼬드겨서 타당한 구석 하나 없는 믿음을 강요하는 사람이나 어디서 돈 냄새를 맡고 와서 내 주변에 어슬렁거리는 사람을 만날 때면, 나는 그들의 불순한 눈빛과 일그러지면서 파르르 경련하는 입꼬리의 모양새 같은 것을 귀신 같이 눈치 채고는 절대로 속아넘어가지 않는 법이 없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사람한테 좀처럼 속지 않는다고 해서 제비 저것이 나를 속이지 못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지. 감쪽같이 나를 속이려는 것이 정말로 저 영특한 제비의 작전이라면, 내가 누구처럼 파렴치한 인간도 아니고 또 속고만 산 사람도 아니고 하니 그냥 자연스럽게 넘어가 줄 생각도 있다. 내 머리의 백 분의 일도 안 되는 저 쬐깐한 머리로 그런 생각을 하는 거라면, 제비 양반이 비상하게 똑똑한 것이든지 내가 멍청한 것이든지 둘 중에 하나는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