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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 Oct 23. 2024

머무를 사람

화계사에서

숲 한가운데

나무들의 속삭임을 엿듣는 사람

나무를 동경하여 바람에 한없이 흔들리는 사람

솨아아 소리에 파묻혀 보이지 않는 사람


숲이 추는 격동의 춤에

낙엽이 제 몸을 못 가눈 채 퍼덕이며

더 고요한 곳을 찾아 집을 옮길 때

개미들이 수풀 위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숨바꼭질 하자고 날 유인할 때

나의 그림자는 머리칼을 구름까지 날려 보낸다


나무들의 속삭임을 기다리며

한동안 이곳에 머무를 사람

아무도 오지 않을 그곳에

다만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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