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 바다를 다시 찾거든
부리로 내 눈동자를 찢어발긴 새
부드러운 총알처럼 입 안에 박힌 새
말을 잃고 시를 잊게 한 새
활강하는 네 아래 감히 두 눈 의연히 뜬 나에게
용서를 빌지 않은 강인한 소녀에게
더 큰 형벌을 다오
내가 이 바다를 다시 찾거든
해변에서 멱을 감으며 놀다가
희고도 통통한 네 가슴으로 예고 없이 날 밀어 눕히고
날렵한 꽁지깃으로 내 심장을 적당히 간지럽힌 다음
뼈만 엉성히 남을 때까지 내 발을 뜯어먹어
더는 걸을 수 없게 하여라
가까스로 죽음을 꿈꾸게 하여라
그런 다음
나처럼 의연히 날아가거라
나는 잊고 그 붉은부리로
탐스러운 여러 개의 심장을 끄집어 뜯어먹어라
뭇사람의 말과 시를 발라먹고 살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