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도있게 채워진 기획자들의 이야기
퇴사 혹은 사이드잡,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항상 찾아오는 고민.
특히 회사에서 주어지는 일을 처리하기 바쁜 나같은 평범한 직장인은,
퇴사를 꿈꾸면서도 어떻게 수익모델을 만들어야 하고, 브랜딩은 어떤 과정으로 하는지 보고 배울 기회가 없었다.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하기 위해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비즈니스를 소개하는 책도 많이 읽어봤지만
서울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 취향, 유행을 반영한 좋은 브랜드들이 많은데 왜 알려주는 책이 없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다 '서울의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발견했다.
역시나 책에는 중앙일보 라이프스타일부에 근무하며 트렌디한 공간을 취재했던 작가의 경험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브랜드가 시작된 계기 ▲어떤 고민과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
인터뷰 형식으로 쓰여진 책은 읽기 쉬운 문체로 쓰였지만 내용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페이지마다 밀도있게 채워진 여러 기획자들의 스토리를 접할 수 있어 한 글자 한 글자 새겨가며 배우는 자세로 읽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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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를 좇는 게 취미인 나에게도 익숙한 브랜드들이 많았다.
빈티지 의류를 좋아해서 찾아가 본 밀리언 아카이브
에코백과 도시락 통을 챙겨 식재료도 구매하고 점심도 사먹었던 마르쉐 시장
최근 동네에 생겨 호기심을 가지고 검색해보았던 보마켓
성수동 길을 거닐다 우연히 발견했던 프로젝트 렌트까지.
단언컨대 코로나 이후에도 SNS에서 가장 핫한 공간을 모두 다루고 있어서
요즘 가장 트렌디한 기획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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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에 소개된 공간은 크게 두 가지의 특징이 있었다.
1. '오프라인 공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코로나19 시기 오프라인 사업이 침체를 겪을 때에도, 세심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탄탄한 브랜딩을 한 매장은 꾸준히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무조건 서울의 핫플레이스를 고집하지 않았다. 브랜드와 어울리는 공간,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공간을 꾸리기 위해 터를 잡았다. 고심 끝에 자리잡은 오프라인 공간들은 마을에 스며들어 커뮤니티 역할을 수행하거나, 브랜드에서 제안하는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방문하는 공간이 되었다.
2. 기획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뚜렷했다.
기획자 본인이 추구하는 바가 뚜렷해야, 고객에게도 진심이 닿을 수 있다. 대표적으로 호호당의 대표 양정은님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어릴적부터 한복을 자주 접했던 대표님은 한국의 전통 음식과 의복을 널리 알리고 싶어했다. 브랜딩 과정에서, 상품을 포장하는 전통 보자기의 고급화를 추구했다. 한국의 전통이 묻어있는 제품을 구매하고, 포장하는 과정에서까지 한국 고유의 색채를 입히고 싶어했던 그의 의도는 정확히 고객의 니즈와 맞아떨어졌다.
별집공인중개사사무소 전명희 대표님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전명희 대표님은 주택을 투자자산으로 취급하는 한국의 부동산 문화에서 벗어나 그 공간에 대한 소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자 했다. 찍어내듯 만들어진 건물 대신, 건축가가 지은 건물을 매물로 다루며 그 집에서 누릴 수 있는 라이프스타일을 주로 소개하는 특별한 부동산사무소가 생긴 것이다. 실제로 주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별집공인중개사사무소를 찾아 그들에게 꼭 맞는 집을 찾아가는 것을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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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이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A to Z가 담겨있는데,
서울에서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교과서같은 책이 될 것 같다.
2020년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워나가고 있는 서울.
서울에서도 가장 트렌디한 브랜드의 시작과 성장을 엿볼 수 있는 책 <서울 라이프스타일 기획자들>.
브랜딩에 관심있는 자들은 물론, 그 어떠한 영감과 아이디어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도 추천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