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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마케터 (현) IT대기업 기획자의 대퇴사 여정기

오늘, 퇴사를 결심했다 - 1

by 제이미

"퇴사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언제쯤 말해볼 수 있을까 아득하게만 그려왔던 문장이라 그런지, 입이 잘 떨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말을 내뱉고 나자,

앞으로 내 인생은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한편으로는 무겁지만, 한편으로는 후련한 기분이 들었다.


-

지난 회사 생활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고민은 이 3가지 였던 것 같다.


1. 일이 적성에 잘 맞는가?

2. 내 커리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3. 내가 더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일을 해야하지 않을까?


각각에 대한 답은 [ 네 / 아니오 / 네 ] 였다.



1. 지금까지 경험했던 '마케팅'과 '기획' 모두 내 적성에 꽤 잘 맞는다고 느꼈다.


고객의 입장에서 더 흥미를 느낄만한 마케팅 PUSH를 보내고 성과를 측정하거나

스프린트 미팅을 진행하며 2주 단위로 빠르게 서비스를 개선하는 등

계획한 대로 업무가 착착 진행되고, 고객으로부터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으면 너무나도 뿌듯했다.



2. 다만 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라고 물어본다면, 그건 아닌 것 같다.


2017년부터 2023년까지 퇴사는 하지 않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양한 업무 환경을 경험했다.

내 이력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2017년 여름, 티켓 예매 플랫폼의 마케터로 입사했다.

2018년 가을, 다니던 회사가 IT 대기업에 인수되어 서울 -> 판교로 근무지가 변경됐다.

2020년 봄, 마케터 -> 기획자로 직무를 변경했다.

2021년 겨울, 비즈니스 서비스 플랫폼으로 팀 이동을 했다.

2023년 봄,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취준생 시절 꿈꾸던 6년차 직장인은, 업무의 전문성을 갖추고 당당하게 일하는 커리어우먼이었는데

꿈꾸던 이상과 현실의 내 모습 간에 거리감이 점점 느껴졌다.

여러 서비스, 다양한 직무를 거쳐오다보니 내가 한 분야의 '전문가'는 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의 커리어 고민으로 눈앞이 캄캄해졌다.

게다가 대기업 특성상, 큰 회사에서 내가 담당하는 업무는 '눈에 띄지 않는 티끌' 같다는 생각이 들며

내 시야와 세상이 점점 좁아지는 기분이었다.



3. "그렇다면 지금이 타이밍일까?


오히려 여러 경험을 통해 나만이 도출해 낼 수 있는 인사이트가 있지 않을까?

그걸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풀어내보면 어떨까?"


최근에서야 이렇게 발상의 전환을 한 것 같다.


나는 꽤나 취향이 명확한 사람이고

헬스, 런닝, 와인, 커피, 음악, 공연, 전시 등

관심 있는 분야가 생기면 무엇이라도 의미를 남기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운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8개월만에 10kg를 감량했고,

1년에 30개가 넘는 공연을 보기도 했고,

술이 좋아 홈바도 만들고 자격증 공부도 하고 있다.


이렇게 좋아하는 일을 깊게 팔 수 있다면, 한번쯤 회사 밖에서 내 꿈을 위해 도전해 볼 가치가 있지 않을까.

내가 열정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세계가 더 있지 않을까.

꼭 회사에서 나의 자아를 찾을 필요는 없지 않을까.


그게 무엇인지 아직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쉬면서 진짜 나의 자아를 꺼내 펼쳐보려고 한다.



퇴사를 결심했던 계기,

퇴사를 준비하는 과정,

퇴사 후 일상을 공유하며

6년차 직장인의 '대퇴사 여정기'를 그려보려고 한다.


그 여정이 언제 끝날지

어떤 결말로 끝나게 될지는 모르지만

분명 재밌을거고, 그 과정을 통해 배우는 게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을 누군가와도 그 영감을 공유하고 싶어 용기 내서 저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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