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마케터 (현) IT 대기업 기획자의 대퇴사 여정기 - 2
[2023.3.13]
파트장과의 퇴직 면담 후 나름대로 후련한 주말을 보냈다.
IT 관련한 강의도 듣고, 간만에 마음 편히 늦잠도 자고
동네 카페에서 커피를 한 잔 하며 퇴사 후의 일정을 계획해 보기도 했다.
그리고 월요일, 아직 남은 마지막 면담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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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를 위해서는 직속 조직장, 최종 조직장과의 면담을 각각 진행해야 했다.
대체적인 면담 내용은 퇴사를 하게 된 이유에 대한 이야기,
퇴사를 하겠다는 마음을 바꾸게끔 회유도 하는 것 같고,
그럼에도 퇴사를 한다면 마지막 출근일과 휴가를 모두 사용한 후의 '최종 퇴사일'을 정하기도 했다.
오늘은 최종 조직장인 팀장님과 면담을 진행했다.
사실 올해 초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일어난 탓에, 지금 팀장님과는 처음으로 면담을 하는 자리였다.
첫 인사를 이렇게 퇴사면담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웃었다.
사실 팀장은 나와 직접 일을 하고, 의사결정을 도와주는 파트장이 아닌 그 상위의 조직장이기 때문에
그도 내가 그간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알기 어려웠을 거다.
그럼에도 형식적인 면담은 최대한 피하려고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셨는데,
오히려 팀장님 앞에서는 내가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처음 입사했던 조직에서 인력이 없어 혼자 두가지의 직무(마케팅/기획)를 수행했던 경험이나,
조직 이동을 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무력감을 느꼈던 점,
조직 이동을 한 후에도 인력이 없어 혼자 기획을 진행하고 장애를 대응했던 점 등 참 녹록치 않은 회사 생활이었는데,
팀장님도 나같은 부하 직원들을 많이 만나봤는지 번아웃이 온 상황을 이해해주셔서 좋았다.
마지막으로 퇴사 날짜를 픽스하고,
"원한다면 언제든 퇴사를 번복할 수 있다."는 아주 형식적인(?) 한 마디로 면담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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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짧은 면담 후, 아직 3주가량 남은 회사생활을 하며
그동안 궁금했던 업무들을 조금이나마 경험해보기 위해
친한 조직원들과 데이터 분석 스터디를 했다.
DB 구조를 파악하고, SQL 구문을 조금씩 작성해보는 시간이었는데
여러번 배우고 눈으로 익혔던 내용이지만 실제로 따라해보려니 너무 복잡했다.
왜 퇴사를 마음 먹은 후에야 이런 스터디를 시작했을까.. 하고 내 자신에게 서운함도 느꼈지만
지금이라도 조금 더 배워서, 퇴사 후 내 밑천에 도움이 된다면 좋지 않을까. 하며 애써 긍정회로도 돌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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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적으로 퇴사일이 정해지고 나니, 어떤 일을 하던 '기승전 퇴사'가 되어버려서
요즘은 모든 생각의 끝이 퇴사 후 내 미래 걱정.이 되어버리는데
최대한 이런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서, 당장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도록 노력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