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마케터 (현) IT 대기업 기획자의 대퇴사 여정기 - 3
[2023.03.14]
지금 우리 회사는 파트, 팀 별로 오프라인 출근 횟수를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
이번 3월부터 우리 파트는 주 1회, 화요일에 사무실 출근을 하게 되었다.
파트원들에게는 내 퇴사 소식을 전한 터라, 새로운 업무는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오프라인 출근을 하는 날 주간 회의가 있어서, 각자 어떤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지 듣게 된다.
오늘도 역시나 다들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느라 바빠보였다.
내가 만약 퇴사를 하지 않았다면, 신규 프로젝트에 바로 투입될 수 있었을까?
사실 답은 'No' 이고, 그래서 퇴사를 결심하긴 했다. (답정너)
어차피 그들이 하게 될 업무..였다고 생각하고 나는 나만의 길을 가야하는 상황이니, 만약을 생각하진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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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정확한 퇴사 일정이 확정되고, 그간 같이 업무를 했던 주변 동료들에게 틈틈히 인사를 전하고 있다.
첫 조직에서 함께 일을 했던 분들에게 먼저 연락을 돌리고 있는데,
가장 처음으로 이야기한 건 개발자 한 분과 기획자 한 분.
처음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며 jira, wiki 사용 조차 버벅이던 때 회원 로직 관련한 업무를 맡게 되어 멘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업무에 대한 설명도 쉽게 해 주시고 동료 평가로도 따뜻한 코멘트를 적어주셨던 개발자 분이다.
퇴사 소식을 전하니, 예상과 달리 꽤 덤덤한 반응이었다.
그 분도 요즘 회사에서 힘든 시간을 겪고 있는 듯 했는데, 지금 이맘때쯤 한번쯤 거쳐가는 과정인건가 싶었다.
워낙 정신없이 바쁜 조직에서 일을 하시는 터라 따로 티타임 일정을 잡고, 다음주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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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 명의 동료는 첫 조직에서 나랑 친하게 지냈던 분인데,
삼성동 사무실에서 근무할 땐 종종 근처 맥주집에서 술도 (많이) 먹고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처음 시작했을 땐 집 근처에서 또 술 한잔하고, 주말엔 등산도 갔던!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나 다름없는 사이인 것 같다.
내가 매번 퇴사할거라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살아서,
이번에도 지나가는 얘기로 '퇴사'를 얘기했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지만
정말로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하니, 축하하고 부럽다는 인사를 전해주셨다.
어차피 퇴사를 하고도 자주 연락할 것 같은 분이라,
굳이 감사의 인사를 길게 전하진 않고 일상 이야기를 나누다 돌아왔다.
첫 회사에서 이렇게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어 행운이지 않을까, 하고
회사 생활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는 그나마의 위안을 안고 자리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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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자의 시간은 정말 더디게 흘러가는 것 같다.
특히 사무실에 있을땐 더더욱.
고마웠던 분들에게 인사를 하고, 업무 인수인계 준비를 하면서도 틈틈히 시간을 체크하는데 퇴근시간은 정말 요원하다.
이럴 땐 휴가를 써야하나, 그럼에도 사무실에 출근은 꾸준히 해야하나
하나하나 고민이 많은 요즘.
누가 잘 퇴사하는 법을 알려줬으면 좋겠다.
퇴직금은 이렇게 사용하고, 남은 휴가는 이렇게 소진하고, 사무실에선 어떻게 눈치껏 시간을 보내야 하는지 등등.
앞으로 남은 3번의 출퇴근길을 최대한 잘 버텨보자.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