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인의 < 붉은 여왕 전략 > 을 읽고
류현진이 지금의 류현진일 수 있는 이유는?
김연아가 김연아일 수 있는 이유?
네이버가 네이버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면 승부에서 승리했기 때문이다.
나는 블루오션 전략을 믿지 않는다. 경쟁이 없는 독창적인 시장을 창출하고 발전시킨다는 블루오션 전략은 대다수가 성공이라고 일컫는 조직의 발자취를 역으로 해석할 때 쓰이는 수사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년간 폴라리언트를 경영하면서 느꼈던 건, 하나의 조직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은 '정면 승부'에서의 승리였다는 사실이다. 역으로 수많은 실패의 순간이라고 일컬을만한 사건들의 시작은 대부분 정면 승부에서 패한 것이었다. 자본시장과 강하게 결부되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성과를 내야하는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열심을 다함보다는 잘함으로, 과정보다는 좋은 선택으로, 의도보다는 성과로 증명해내야 했다. 그 배경은 시장지위가 높은 기존 사업자 간 설득을 기반으로 한 협력 혹은 경쟁 업체와의 정면 승부 모두 해당되었다.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이야기하는 '첫 시작에서 목표로 하는 시장이 니치(Niche) 마켓이다'라는 의미는 분명 고객이 있는 시장이지만 니즈를 채워줄 솔루션이 부재하여 그를 제공하여 가치를 창출한다는 의미일텐데, 실제로는 시장도 없고 고객이 지불의사도 없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봐야 한다. 떼줄 거 다 떼주다보면 내게 남는 것이 없는 법이다. 적어도 나는 그러한 실수를 범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진짜 승부를 걸어야할 때는 니치 마켓도 아니고 강력한 기존 사업자가 있는 상황이 대부분일 테다. 그 때는 정면 승부를 통해 승리를 쟁취해야 진일보할 수 있다.
폴인의 <붉은 여왕 전략 : 무엇이 JTBC 뉴스룸을 특별하게 만드는가>에서는 스타 언론인인 손석희 사장의 위임 리더십과 더불어 기존 지상파 방송 3사 및 타 종편사와 직접적인 경쟁 체제에서 어떻게 공고히 성과를 만들어나갔는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N스크린이라는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이미 국내에서 가장 오랫동한 시간을 소비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유투브인 시대에 구시대적 텔레비전 기반의 방송 비즈니스가 쇠퇴기를 걷는 중에 언론사가 방송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누구도 희망적으로 보지 않았을 테다. 나도 그랬으니까.
그러나, 적어도 JTBC 뉴스룸은 그 치열한 '시선의 경제'의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책에서 처럼 가장 중요한 가치를 실행으로 증명해내면서 '정면 승부'의 순간에서 승리를 쟁취해내었다. 책에서는 손석희 사장의 스타성과 리더십에 대해 상당 부분을 할애하였지만, JTBC 정도의 조직의 크기에서는 한 사람의 명석함만으로 그러한 성과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테다. 조직 전체의 방향성이 명징한 성과의식을 만들었고, 그것이 경영 성과 사례로 일컬을 만한 결과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을 피하고 싶다면?
정면 승부를 하고 싶지 않다면?
만약에 정면 승부가 싫다면, 시장이 분명히 존재하고 옳은 방향성이라는 강력한 전제 하에, 빠른 자원을 동원해서 경쟁자가 생기기도 전에 빠르게 독점하면서 성장해야한다. 인적 자원과 더불어 대규모 펀드레이징을 이끌어서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나가는 것이 경쟁을 피하면서 승리하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경쟁은 누구에게나 고난이다. 그러나 피할 수 없다면 승리해야한다. 적어도 이 바닥에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