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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혁 Dec 30. 2018

지워지지 않는 기록

디지털 슈퍼 사이클

기록이 점점 더 디지털화되어감에 따라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접근성으로 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 한편, 복사/이전/저장에 소요되는 비용이 0으로 수렴해가고 있다. 이에 더하여 웹(web)이 급속도로 발전하며 공유의 진입장벽이 사라져 버렸고 디지털 기록의 복사 - 이전 - 저장 - 공유에 이르는 슈퍼 사이클(supercycle, 장기호황)이 반영구적인 양의 피드백으로 미친 듯이 달려가고 있다.




기록의 디지털 슈퍼 사이클은 현재 세상을 지배하는 주요 기업들의 모태이자 항상 연결된 사회를 가능케 한 기본 개념이지만 동시에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어두운 병폐를 안고 있다.


점점 우리는 지워지기 힘들어져 간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에서 수천만장의 웹페이지가 생성되고 있고 주요 검색엔진의 크롤러(crawler) 봇은 쉴 새 없이 해당 정보를 복사/이전/저장하고 있다. 동시에 사람들의 검색 결과에 바로 공유되며 디지털 슈퍼 사이클의 주기를 완벽하게 마이크로초의 단위 안에서 수도 없이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에 올리는 영상과 사진들 또한 불특정 다수의 봇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복사/이전/저장/공유당하고 있다. 끊임없이 복제되고 재배치되는 우리의 콘텐츠는 실질적인 죽음의 기능을 상실해 버렸다. 다람쥐가 쳇바퀴 돌 듯 디지털 슈퍼 사이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이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디지털 슈퍼 사이클 중심에 있는 기업들이 중앙집권 형의 기록 독점 소유자로 남아있는 현세대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며 분권형 데이터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이 블록체인(Blockchain)이고 이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가하는 수많은 노드들이 모든 데이터를 들고 있는 형태이기에 ‘지워지지 않는 기록’의 문제점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기록이 지워지지 않음은 인류의 생애 주기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 10년에서 20년 꼴로 전 세계 ‘망각 및 지워짐의 날’을 정하여 기록의 소각을 이벤트로 지정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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