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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캣테일 Aug 17. 2019

게임을 즐기니 살이 빠졌다

136kg에서 86kg까지.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바꾸자

  한창 잘 나갈 때(?)의 나는 136kg라는, 수치상으로도 굉장한 몸무게의 소유자였다.

  밥은 많이 먹지 않았지만 군것질을 굉장히 좋아했고, 집에 과자가 없으면 밤중에 몰래 라면을 가지고 들어와서 부숴먹기도 했다. 뷔페에 가더라도 밥이나 고기보다는 케이크나 과자류를 더 많이 먹었다. 지금의 내가 보면 참 경악할 만한 식습관이었다. 현재 나는 군것질도 잘 안 하지 않을뿐더러 술이나 담배도 하지 않는다. 대신 차나 커피를 많이 마시는데, 심심한 입을 달래려는 무의식적인 행동일지도 모른다.

  이런 내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약 50kg를 뺐다. 가장 가벼웠던 때가 86kg였던가. 44인치 바지를 입다가 34를 입었을 때의 기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기본 덩치가 있었기에 32인치를 입기에는 꽤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겉보기에는 꽤 말라 보였는지, 오죽하면 친구가 아파 보인다고 살을 찌우라고 할 정도였다. 나는 덩치에 비해 손목이 굉장히 얇은데, 저렇게 빠지면서 가뜩이나 얇은 손목이 더 얇아져서 그렇게 보였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 후 무게를 유지하지 못하고 질량 보존의 법칙에 의해(?) 결국 120kg 가까이 살이 쪘지만, 이 글을 쓰는 2019년 현재 나는 다시 93~95kg를 왔다 갔다 할 정도로 다시금 살을 뺐다. 이래서 내게 붙은 별명은 <독한 놈>이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는 상종하지 말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는데,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그렇게 힘들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 이유중 하나는, 운동하는 시간을 <게임>을 하는 시간으로 바꾸었으며, <살을 빼자>는 막연하고 먼 목표보다는 <건강을 위해서>라는 상대적으로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기 때문이다. 덕분에 나는 약 10년 가까이 운동을 지속할 수 있었고, 하루에 10분이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살을 빼기 위한 것이 아닌, 건강을 위해서

<운동>, 참 딱딱한 단어이다. 차라리 귀여운 어감의 단어였으면 좋을 텐데.

  다이어트의 목적은 당연히 <체중 감량>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랬다. 일단 몸이 무거운 것도 무거운 것이었고 옷을 마음대로 사지 못한다는 것도 상당히 스트레스였으며, 일단 자기 관리가 안 된다는 이미지가 박힌다는 사실이 싫었다. 물론 처음 헬스장에 간다는 것 자체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했다. 상당히 뚱뚱했던 그 당시의 나는 자신감이 없었고 소심했으며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집에 틀어박혀 게임을 하는, 내향적인 인물이었다. 헬스장에 가면 전부 나를 쳐다보지 않을까. 나를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지금 생각해보면... 사람들은 타인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데, 일종의 자의식 과잉인지 피해 의식이었는지, 아무튼 이런 것들이 나를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아무튼 나는 상당히 크게 용기를 내어 헬스장을 등록했고, 우선 살이 너무 많은 관계로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만 걷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2008년 9월부터 헬스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12월 무렵에는 약 5~10kg 정도가 빠졌다. 같은 동네에 살던 거대한(?) 친구와 함께 헬스를 다녔던 터라 그 친구와 이야기를 하기 위해 헬스장을 간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살은 잘 빠지지 않았고,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보통 한 달에 1kg 정도씩 빠지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었건만, 두 달이 지나도록 살은 빠지지 않고 도리어 몸무게가 늘어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제아무리 매일 운동을 해도, 먹을 것을 조절해도, 살은 더 이상 빠지질 않고 제자리를 유지했다. 일단 이 체중 유지 자체가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음에도 그 당시에는 관련 지식이 많이 없었으므로 답답하기만 했다. 그래서 일주일에 두세 번만 헬스를 간 적도 있었다. 어차피 빠지지 않을 거, 가면 뭐하냐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추후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살을 빼기 위해서가 아니라 건강을 위해서야. 건강하게 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기 위해서는 체력 관리가 중요한데, 그것을 위해서 하루에 30분 정도를 투자 못 하겠니. 스스로에게 그렇게 되물었다. 운동을 하고 난 후 몸이 가벼워지면서 나른했던 것도 좀 사라졌고 허리나 무릎 통증도 어느 정도 사라졌기에, 이렇게 마음을 먹자 다시금 운동을 시작하고 싶다는 의욕이 솟아올랐다. 약 한 달 간의 슬럼프 끝에 나는 다시 헬스를 꾸준히 나갔고, 그로부터 한두 달 뒤 마치 그것을 보상이라도 하는 듯 5kg라는 체중이 한 번에 쑥 빠져나갔다.


게임기와 함께 하는 운동

  2008년 당시에는 스마트폰이 크게 보급되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헬스장에 가면 음악을 듣거나 러닝 머신에 부착된 TV를 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평소 TV를 많이 보지 않고 애니메이션을 많이 보던 나는 아이팟에 애니메이션을 담아가 운동을 하며 보곤 했다. 러닝머신은 위험하므로 자전거를 타면서 애니메이션을 보곤 했는데, 보통 애니메이션 한 편이 25분 정도이므로 서너 편을 보면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참 우습게도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서브컬처를 접한 것도 이때가 되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을 아무리 본다고 해도 작품에는 한계가 있었고, 나는 그 대안으로 휴대용 게임기를 선택했다. 당시에는 상당히 고성능이었던, 소니에서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 포터블, 이른바 PSP였다.

아마 이 게임이 없었다면 내 운동은 지속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고맙다!

  하지만 운동이 주목적이었으므로 호흡이 길거나 머리를 쓰는 작품을 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게임은 바로 리듬게임이었다. 호흡이 짧고 단시간에 집중할 수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비주얼적으로도 상당히 화려헀다. 마침, 당시 PSP로 한국 리듬게임인 <디제이 맥스(DJMAX)> 신작이 발매됐는데, 이게 나를 헬스장으로 이끌고 간 주범(?)이 되었다. 휴대용 게임기 특성상 집에서는 잘 안 하게 됐는데, 결국 이 게임을 하려면 밖에 나갈 필요가 있었고 그 장소가 바로 헬스장이었던 것이다. 우선 헬스장에 가서 스트레칭을 하고 가볍게 러닝머신을 달린 후, 자전거에 앉아 발로 페달을 신나게 밟으며 약 한 시간 정도 리듬게임을 즐겼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게임을 하는데 이것이 호흡도 그렇게 길지 않으니 게임에 집중한 나머지 발이 느려지는 사태도 막을 수 있었다. 아마 지금은 그 기기가 망가져서 확인은 못 하겠지만, 플레이카운트(게임을 즐긴 횟수)가 9999를 충분히 넘었을 것이다. 그때 키운 리듬게임 실력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내가 운동을 했는지 게임을 했는지 분간이 어려울 정도였다. 아무튼 나는,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운동을 게임을 하는 장으로 바꾸어, 결론적으로는 상당한 체중 감소를 이루어냈다. <디제이 맥스> 시리즈는 지금도 발매되고 있는데, 나는 친구들에게 우스갯소리로 내가 유명해지면 이 게임은 나를 광고모델로 써야 돼,라고 말하곤 한다.


정체기, 그리고 운동을 향한 새로운 접근

  하지만 취업을 하고 편입을 하고, 대학원을 가고 유학을 오면서 운동을 하기가 상당히 애매해지면서 약 85kg 가까이 빠졌던 몸무게는 원래 무게로 돌아가려고 발버둥 쳤고, 120kg 가까이 불어나게 되었다. 물론 그때도 집 근처 헬스장을 다니면서 105kg까지 빼기는 했지만, 대학원을 다니면서 조교 업무도 더불어 했던 나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는 작업이었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헬스장을 잘 가지 못하게 되었다. 요즘은 스마트폰이 일상화되었으므로, 폰으로 애니메이션을 보거나 게임 (그것도 리듬게임!)을 즐기면서 헬스장을 다녔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게 되었다. 일단 폰은 늘 붙어있는 것이었으므로 굳이 헬스장을 가서까지 게임을 하거나 애니메이션을 봐야 하나?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되었다. 헬스장을 가지 않더라도 게임이나 여타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으므로,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운동에 집중하기는 매우 어려워졌다. 그것이 조교 업무나 대학원 과제와 얽히면서 헬스장과 멀어지게 된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일본으로 유학을 오게 되면서, 한 달에 만 엔씩 하는 헬스장에 등록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너무나 컸다. 생활비를 지급받는다 하더라도 집세나 교통비, 식비, 여러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많아야 5~7만 엔 수준이었다. 게다가 조금씩 저축을 하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탓에 한 달에 만 엔이라는 고정 비용은 나에게 너무나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나는 다시금 게임으로 눈을 돌렸다.


게임과 운동, 일석이조가 나를 건강하게 했다

  2018년 일본의 닌텐도라는 회사에서 나온, 게임 콘솔 스위치로 발매된 <피트니스 복싱>이라는 게임이 있다. 연구실에 앉아있기만 하는 나는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열망이 컸고, 또 앞으로 공부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그 게임을 바로 구입했다. 게다가 한국과 일본을 자주 오가는 나에게, 휴대용 게임기를 들고 다니며 한국과 일본 어디서든 몸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도 크게 작용했다.

운동을 하는 것인지 게임을 하는 것인지...

  구비된 특정 복싱 코스를 반복하면서 몸을 움직이는데, 이게 제법 힘든지 처음 며칠 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렸다. 하지만 매일 30분, 짧더라도 10분씩 몸을 움직이며 찌뿌둥함을 떨쳐내려 했다. 24시간 가운데 10분, 많아야 30분을 투자해서 내 몸과 건강을 지킬 수 있다면 상당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2019년 8월 기준으로, 106kg였던 내 체중은 93kg 언저리까지 떨어졌다. 물론 군것질은 많이 하지 않는다. 살을 빼려고 하는 것이 아니므로 밥은 평소대로 먹되 과식을 하지 않는다.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은 것을 먹는다. 하지만 유학생 신분이므로 늘 비싼 것을 먹지는 못하는데, 이게 식단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복싱 게임으로는 다소 모자라다고 생각한 나는 최근에 오큘러스 퀘스트라는 선 없는 독립형 VR기기를 구입했다. 게임 용도로 산 것이지만 거기에 복싱 관련 콘텐츠가 있다는 것을 듣고는 마침 잘 됐다(?) 싶었다. 또 이게 상당한 운동이 되는지라 약 한 달이 지난 현재 만족도는 별 다섯 개를 돌파했다. 나는 게임들을 즐기고 있지만 동시에 건강을 챙기고 있다는, 일석이조 효과를 누리며 매일매일 10분에서 40분씩 몸을 움직이고 있다.


결국 마음가짐과 관점의 문제, 운동을 즐기는 것으로 바꾸자

  글이 길었지만, 결국 운동을 지속하느냐는 내가 그것을 얼마나 즐기느냐에 달려있는 듯하다. 또, 다이어트라는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하면 필연적으로 체중이 줄어들지 않는 정체 구간을 맞닥뜨리게 되는데, 이때 많이 좌절하여 운동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다이어트>라는 큰 목표로 운동을 시작하였지만 이내 <건강 유지>로 목적을 바꾸었고,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한다는 부가적인 요소를 덧붙였다. 어떻게든 운동을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고, 또 그것을 스트레스 없이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했다. 결국에는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달라지는 것이며, 관점을 바꿈으로써 해결되는 문제이다. 강제로 해야 하는 것에서 즐기는 무언가로 바꾸면, 부수적으로 살도 빠지고 건강도 좋아지는 운동이 더 이상 괴로운 것이 아니게 될 것이다. 기왕 해야 한다면, 즐기면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러면 그것을 즐거운 것으로 어떻게든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내가 선택한, 운동을 대하는 나의 자세이자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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