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환 Jul 17. 2020

파견근무

오늘도 파견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며...

"오랜만에 복귀했더니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어요."


두 개의 프로젝트를 마치고 돌아온 직장 동료 한 명이 복귀 인사를 하러 와서 말을 건넵니다.

대행사로 일을 하다 보니 고객사로 파견 나가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파견을 요청하는 기업이 줄긴 했지만, 보안에 민감한 기업은 외부에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없어 제안 때부터 파견을 조건으로 내걸곤 합니다.


직장 동료는 1년 3개월 만에 복귀라 합니다.

원래 첫 프로젝트 나갈 때는 그 정도 기간을 예상한 건 아니었는데, 파견 복귀했다가 바로 다음날 다른 파견지로 출근을 해서 그렇게 오래 걸렸다고...

그 사이에 새로 입사한 사람들을 세어보니 20여 명쯤 되는 것 같습니다.

익숙한 사람들은 그 사이 퇴사했거나 또는 다른 파견지에 나가 있고, 모르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있으니 생소할 수밖에요.




나도 지금 회사에 처음으로 입사한 후 2개월 정도 되어 첫 파견을 나갔던 것 같습니다.

대여섯 명쯤 함께 파견을 나갔는데, 나만 입사한 지 얼마 안 되고 나머지 직원들을 서로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했던 터라 어울리기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4~5개월쯤 지나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본사로 복귀해서 잠깐 있다가 다시 두 번째 파견을 나갔습니다.

6개월짜리 프로젝트였는데, 회사보다 파견지가 집에서 가까워서 출퇴근은 오히려 편했습니다.

이때는 여러 회사가 컨소시엄으로 같이 참여하고 있어서, 우리 회사에서 파견 나간 사람은 4명뿐이었지만, 수십 명의 각자 다른 회사 소속인 사람들이 같은 사무실에 모여서 생활했습니다.

(매일 가족보다 더 오랜 시간 함께 있었으니, '일했다' 보다는 '생활했다'가 맞는 표현인 것 같습니다.)


그다음 프로젝트도 파견이었습니다.

8개월짜리였는데 다행히(?) 그 프로젝트를 마치고는 3개월짜리 짧은 프로젝트를 본사에서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에는 단일 고객사 파견으로는 가장 길었던 13개월짜리 파견을 나갔다 왔고, 이후 한동안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니 회사생활 초창기에는 거의 회사에 있지 않았고, 전체 근무기간 중에서도 본사에서 근무한 기간보다는 다른 회사에 나가서 근무한 기간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오셨어요?"

"네? 아, 네. 저도 여기 직원인데요."


가끔 일이 있어 본사에 방문하면, 새로 들어온 직원들은 나에게 회사 방문 용건을 묻곤 했습니다.

나는 그렇게 까지 장난처본 기억은 없는데 어떤 동료들은,


"사장님 뵈러 왔습니다.~"


라며 너스레를 떨고 사무실로 들어간 적도 있다고 합니다.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매월 월급을 준다는 것, 그리고 가끔 본사에서 찾아오는 사업관리 담당자와 부서장, 1년에 2~3번 있는 전체 회사 회식 또는 송년회 등등, 내가 그 회사 직원이라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10년이 넘는 오랜 시간 어떻게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건 어쩌면 몇 명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직원들과의 소소한 연대가 쌓여서 점차 커졌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0명, 다음 프로젝트에서는 00명, 이런 식으로 프로젝트 팀원들과 좋든 싫든 몇 개월은 함께 생활하고, 그 다음번엔 또다시 새로운 팀원들과 일하면서 '일해본 동료'가 조금씩 늘었기 때문에 그 친구들과 함께 일하고 있는 '회사라는 공통분모'에 대해 소속감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1/4 정도의 직원들이 본사가 아닌 파견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 날씨게 건강하게 잘 생활하고, 프로젝트 잘 마치고 돌아오길 기원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PM의 직업병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