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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환 Aug 25. 2020

좋은 고객, 나쁜 고객, 이상한 고객

겪어본 수많은 유형의 고객들

어느 날 직장 동료가 사무실에서 커다란 택배 상자를 열어 놓고는 난감해하고 있었다.


"웬 택배?"

"OO에서 제안하려면 자기네 제품을 써봐야 하지 않겠냐며 세트를 보내줬어요. 제안 안 하기로 했는데, 다시 돌려보내야 할 것 같아요."


쇼핑몰을 제작하기 위해 제품을 써보고 좋은 제안을 해달라는 업체는 처음이었다.

당시에도 제품 평이 좋아 많이 인기 많은 회사였는데, 지금은 수출도 많이 하는 등 더 잘 나가는 회사가 되었다.




대행사로써 일을 하다 보니 많은 기업 고객을 만나게 된다.

누가 진짜 세어서 적어놓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회사 홍보팀에서 만든 회사소개서에는 그간 우리 회사가 350여 개의 기업들과 일을 했다고 나와 있다.

내가 직접 대응해본 고객은 50~10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그중에는 좋은 고객도 있고, 나쁜 고객, 이상한 고객도 있었다.

오늘은 내가 만난 고객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번 해볼까 한다.



좋은 고객


대표적인 사례가 위에 적은 것처럼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갖고 있는 고객이다.

본인들의 장점을 잘 알고 있고, 우리는 그러한 부분을 잘 끄집어내어 온라인 채널에 녹이면 된다.

에너지가 넘쳐서 간혹 많은 욕심으로 대행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런 긍정적인 에너지는 전염성이 강해서 홈페이지를 만드는 사람들도 신나게 만든다.


온라인 채널 제작이라는 비즈니스를 잘 이해해 주는 고객도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고객이다.

가끔은 거의 불가능한 것을 그것도 말도 안 되는 일정에 해달라고 요청하는 고객도 있는데, 온라인을 잘 아는 고객들은 그렇게 무리한 요구사항을 던지지도 않을뿐더러 혹여나 그럴 경우에도 잘 설명하면 금세 이해하고는 가능한 수준의 요구사항으로 정정하여 전달해준다.

또는 채널 구축에 대한 이해도가 전혀 없더라도 대행사가 이 부분에 대한 전문성 있음을 인정해주고 책임감 있게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도록 맡겨주는 고객도 좋다.


본인의 결정과 판단에 책임질 줄 아는 담당자도 좋은 고객이다.

보통은 담당자 > 담당부서의 책임자 > 임원( > 대표) 정도의 컨펌을 거치면서 프로젝트가 진행된다.

빨간색으로 해달라는 담당자의 요청으로 디자인을 수정했는데, 책임자나 임원이 왜 빨간색으로 했냐고 파란색이어야 하지 않겠냐고 질책할 때가 있다.

때 멀뚱멀뚱 우리 쪽을 쳐다보며 책임을 돌리지 않고,  "이러저러해서 제가 빨간색으로 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 부분이 거슬리신다면 다시 수정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좋다. 그런 담당자라면 몇 번이고 시안을 수정해줄 용의가 있다.



나쁜 고객


나쁜 고객(담당자)은 없다고 생각한다. 대신 나쁜 조직문화, 말도 안 되는 회사 내 정책 등이 종종 프로젝트를 힘들게 한다.


유독 부서 간 사이가 좋지 않은 회사가 있다.

회사 대표 홈페이지의 경우 보통은 홍보/마케팅 부서, IT부서를 동시에 대응하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는데, 홍보부서의 결정을 IT부서에서 딴지를 건다거나, 그 반대로 IT부서에서 요구하는 사항들을 홍보부서에서 무시하는 등 같이 모여서 회의할 때는 대놓고 서로 이야기 못하다가도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그렇게 서로 미워할 수가 없다.

이런 기업의 경우에 뭔가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해 나갈까를 고민하기보다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대행사에 불똥이 튈 때도 많다.


공정한 업체 선정을 한다면서 전혀 공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업체를 선정하는 회사도 피하고 싶다.

한 번은 열심히 준비해서 제안을 했는데 우리는 떨어지고 다른 업체가 선정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비밀이라 이야기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 떨어진 업체에게도 왜 떨어졌는지 이야기를 해준다.

우리가 떨어진 이유를 물어봤더니, 제안 가격이 선택된 업체에 비해 높아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비슷한 수준의 제안이라면 가격이 당연히 업체 선정의 기준이 된다.

그런데, 이후 덧붙인 구매부서 담당자의 말에 나는 더 이상 할 말을 잃었다.


"저희 회사는 무조건 최저가 업체를 선정합니다."


미리 그렇게 이야기를 해주었다면 모르겠지만, 견적서만 보고 업체를 선정할 거면 도대체 왜 제안서를 받고 발표까지 요청했단 말인가?

사업 발주 부서에 항의했더니 담당자는 자기네도 그렇게 선정하는 줄 몰랐다고 연신 미안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따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이후 그 기업에서 오는 제안 요청은 거절하고 있다.



이상한 고객


우리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일이다.

나름 날고 긴다는 베스트 멤버로 TF를 구성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좀 이상했다.

고객이 없는 상황(본인들이 고객이자 대행사)에 개편 팀 스스로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다 보니 서로 목소리가 높아졌다.

요구사항은 산으로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구현하기 어려울 것 같은 것들을 스스로 배제하고 나니 기획 수준이 낮아졌다.

개편 팀이 아닌 사람들도 지나가다 한 마디씩 거들었다. 동료들이 다들 기획 전문가, 디자인 전문가, 개발 전문가들인데, 우리 회사를 대표하는 홈페이지를 만든다고 하니 뭐든 도움이 될 생각으로 의견을 보탰으나 오히려 혼란만 야기했다.

더군다나 최종 컨펌, 결정권자가 홈페이지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기업, 우리 회사 대표님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개편은 마무리되었지만, 당초 'Best Practics'를 만들자는 취지는 사라지고 동료끼리 조금씩 상처가 남았던 프로젝트였다.

이상한 고객은 아니지만, 스스로 고객이 되면서 겪은 일이 기억 남아 적어봤다.




이 글을 적다 보니, 나도 어디선가 나쁘거나 이상한 고객인 경우는 없었을까 떠올려본다.

이왕이면 좋은 고객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말과 행동을 할 때 한 번씩 더 생각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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