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를 쓰는 법? 해봤어야 알지
찰리 브라운의 영원한 단짝 스누피.
그 개의 모델이 비글 종인 것과 이름의 뜻이 '킁킁'대는 Snooping에서 왔다는 것은 꽤 나중에 알았어요
작가는 개들이 킁킁을 할 때 제일 행복한 거란 걸 알고 있었나 봅니다.
요즘은 노즈워크라고도 부르며 강아지 후각 활동을 고취시키기 위해 중요성이 강조되는 개들의 코 활동.
이것은 개들에게 단순히 냄새를 맡기만 하는 행위는 아닙니다.
개들은 코로 킁킁 냄새를 맡으며 걷고 이동하며 운동을 하게 됩니다. 이동을 하면서 접하는 다양한 정보를 통해 기억하고, 사고하고, 분석하며 정보를 수집하지요.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의 냄새와 자취를 남기며 사회적인 활동도 동시에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게 되지요. 그뿐이 아닙니다. 종일 킁킁대며 활동하면서 코가 '열일'을 하게 되면서 코 근육과 감각은 매일 조금씩 무뎌지지 않게 발달하고, 그러는 와중에 호흡을 하면서 심신 안정의 효과까지 있어요. 백해무익한 개들의 코활동, 오늘 우리 개는 얼마큼 했을까요? 여러분 산책의 중요성이 여기서 한 번 더 나옵니다.
집안에만 있으면 저 코 활동은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아요. 먼지 들어올세라 꼭꼭 닫힌 창문이 닫힌 방. 세균까지 없애는 깨끗한 세제로 매일 구석구석 닦으면서 바쁜 세상 우리 식구들이 아니면 누가 잘 드나들지도 않아 그날이 그날 같은 아파트 방구석에는 도무지 달라지는 냄새가 없거든요. 그렇게 깨끗하고 지루하게 살다 보면 코를 써 개의 감각을 자극할 일은 점점 없어지고, 먹이를 찾아 헤매는 사냥을 하지 않아도 끼니마다 넘치는 영양의 사료가 쏟아지니 더욱 개의 눈코입은 할 일이 없어집니다. 그뿐일까요. 날마다 정성스레 올라오는 개의 사료에는 변냄새를 줄이기 위해 첨가된 약품으로 어찌나 아무 냄새도 없는지 정말이지 무균실 같은 상태에서는 할 일이 도무지 없게 됩니다. 조금 과장됐다고 생각이 드시나요? 이것이 우리 개들이 우리의 안전한 보호 하에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매일이 똑같은 지루한 천국에서 우리 개는 안전하게 조금씩 신체 기능을 퇴화하며 살아가고 있지요.
그렇다면 개들은 이 편안함을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은 듯합니다.
요즘 도시의 개들은 8개월쯤이 되면 개춘기를 지나 말썽이 갑자기 잦아들면서 급 활동과 감정표현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강아지 학교를 운영하다 보면 집에서는 너무 우울해한다고 학교를 보내는 경우도 많거든요. 원하는 건 모두 다 해주는데 왜 우리 개는 우울할까. 정확히 그 지점에 우울의 원인이 있습니다.
좋은 일도 하루 이틀이라고 우리가 매일 회사에 가지 않고 놀면 주말이 그렇게 달콤할 수 있을까. 개들은 평생이 일요일입니다. 휴일이라고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매일 그날이 그날같이 똑같은 무채색의 영원불멸한 일요일이 펼쳐지는 것이지요. 어떻게 생각하면 디스토피아를 그린 SF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날들을 보내며 강아지들은 두 가지 이유로 불안이 영혼을 잠식하게 됩니다.
하나는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다가는 내 능력이 줄어드는 것이 아닐까 하는 사냥꾼으로서의 본능적인 불안입니다. 그리고 옆에 아무도 없이 할 일 없이 하루의 시간을 죽이다 보니 혼자라는 고립감만 머리에 계속 맴돌게 되어 세상과 보호자에 대한 분리 불안이 필요 이상으로 과잉증폭되게 되지요. 그래서 개들은 아무 걱정 없는 집에서 편안히 있을 때도 보호자에게 돌아오라고 울고 짖고 하울링을 하다가 대답이 없어지면 여기저기 불안해서 똘오줌을 싸게 되어요. 심술을 부린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님들이 아직도 간혹 있으신데 개가 갑자기 똥오줌을 못 가린다면 이것은 꽤 심각한 사인입니다. 똥오줌을 이불에 싸려고 싸는 것이 아니라 내 보호자의 냄새가 나는 곳에 자신의 체취를 묻혀 불안을 없애고 싶거나 그곳에서만 긴장이 풀려 배변이 스르르 그냥 나오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절불가 상태라고나 할까요. 개는 너무 안전하고 무료한 나머지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개가 무슨 조절을 하고 생각을 깊이 하냐는 의문이 들 수 있을 겁니다. 사실 개는 우리들 생각보다 더 강하고 현명하며 복잡합니다. 그리고 우리 생각보다 더 참을성이 많습니다. 돈을 벌지 않아도 좋으니 부모가 사다 주는 불편한 옷만 입고, 부모가 제공하는 시리얼만 먹으면서 하루 종일 변화 없는 집안에서 딱히 휴대폰과 TV도 없이 평생 식구들과 붙어살라고 하면 우리는 살 수 있을까요? 저는 곧 신경쇠약이 올 듯한데요. 그래도 개들은 정신력이 강해서 그걸 혼자 견뎌보고 버티며 그나마 똥오줌 테러로 자신의 불안과 무료함을 조절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는 개들은 무료함으로 점점 냄새를 맡는 기능이 퇴화되고, 앞발도 써본 적이 없고, 사고의 기능도 저하됩니다. 그래서 짤랑대며 까불던 우리 집 복슬강아지는 어느덧 무덤덤한 감정에 잠만 자는 강아지로 변해가는 것이지요. 개의 수면시간이 인간보다 더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 그렇게 잠만 자는 동물이 아닙니다. 잠 말 고는 할 것이 없어서 그래요.
이제부터 개에게 할 일을 주세요.
산책을 나가 제 몸을 움직일 기회를 주세요.
간식을 그냥 던져주지 말고 노즈워크나 보물 찾기로 스스로 찾아 헤매는 기쁜 노동을 제공해 주세요.
보호자가 몸으로 함께 놀아주면 더 좋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때는 강아지 친구들을 만들어 주세요.
일단 창문을 열고 바깥세상에 계절이 변화하는 공기와 모습을 경험하게 해 주세요.
변화하는 세상은 아름답고 신기합니다.
그 속에서 자극을 받아 성장하는 생명은 더 아름답고 기특하지요.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우리의 마음은 더 풍요로워질 거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