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수업] 사는 게 공부다

함께 놀며 배우며

by 이누아

오후 5시.

하늘이 붉게 물들고 새들이 집으로 돌아갈 무렵 강아지 학교의 하루도 저뭅니다.

즐거운 놀이와 활동이 끝나고 함께 청소를 하며 저녁밥 준비를 시작하지요.

개와 함께 청소와 저녁을 한다고?

네 그렇습니다. 집에서도 우리는 청소를 한다고 강아지를 특별히 어디에 분리해 두거나 식사 준비를 할 때 주방에 출입금지를 시키지는 않으니까 그대로 하고, 이걸 개들이 무척 좋아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어울린다는 것

강아지 유치원을 준비하면서 개들에게 최대한 집과 비슷한 환경을 제공하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구조견에 관한 외국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얻었습니다. 길을 떠돌거나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개들에게 다시 보호자를 찾아주는 유기견 센터는 재정적 상태도 넉넉하지 않거니와 몰려드는 개들의 숫자를 감당하기 힘들어 대개는 시설이 집같이 편안할 수는 없습니다.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미국 소도시의 한 유기견 센터에서 재입양될 강아지들이 새로운 집에 적응을 빨리 할 수 있도록 유기견 센터를 최대한 가정집과 비슷한 분위기로 만들어 주었더니 그것만으로도 개들이 놀랍게 새 집에 적응이 빨랐다고 하더군요. 집과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는 것이 엄마가 가족들을 위해 정성스레 청소하고 좋은 향기를 풍기는 느낌이 아니고 센터의 한 쪽에 TV와 소파를 두었더니 새로 입소한 개들이 그 곳에만 모여서는 자리 다툼도 하지 않고 안정적으로 지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안정되게 있던 개들이다 보니 새로운 보호자도 모르는 성견을 데리고 오는 것에 부담이 느껴지지 않아 입양이 빨리 되었고, 입양 후에도 쭉 지내던 것처럼 새 가정집에서 적응이 빨라 파양률이 적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개가 TV와 소파를 알다니?

개들의 행동심리를 나름 공부해서 개를 꽤 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새롭게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이었습니다. 프로그램을 볼 때는 조금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반신반의했는데, 실험 삼아 강아지 유치원/호텔을 그렇게 꾸며 보았더니 결과는 놀랄만큼 효과적이었습니다.


강아지 호텔에 처음 오는 개들은 대개가 낯선 곳에 보호자와 떨어진 사실에 당황하여 한동안 울고불고 짖고는 합니다. 개 입장에서는 무척 당황스럽고 무서울 수 있을 듯 합니다. 이 때 그 개를 소파에 앉혀놓고 TV를 틀어주면 꽤 빨리 진정이 되곤 합니다. 개들은 영역 동물이라 안락하고 깨끗한 자리를 차지하면 안정감을 찾는 습성이 있어 이를 이용한 돌봄 방법이기도 하지만 TV까지 효과가 있을 줄은 훈련사도 미처 몰랐던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들이 주로 집에서 퇴근 후 휴식을 취할 때 TV를 틀기 때문에 그와 비슷한 환경이 되면 개들이 훨씬 마음을 편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놀랍기도 하고, 귀여워서 웃음이 나기도 하곤 합니다.


같은 이유로 청소를 할 때, 개들이 졸졸 따라다니도록 두거나 걸레를 물고 도망가며 장난치자고 하는 것을 내버려두면 꽤 즐거워합니다. 주방에서 개밥을 준비하며 각자가 준비해온 사료나 도시락에 얹어줄 토핑을 만들고 있으면 싱크대 밑에서 뭐가 나오나 기대가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도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일을 준비하는데 개들이 발밑에서 채이면 조금 귀찮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하는데, 그렇게 방해를 하지도 않고 그런 점 조차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니까요. 집에서처럼 일상을 사는 일이기 때문에 개들은 큰 자극을 받아 흥분상태가 되지도 않고, 적당히 들뜨는 즐거운 상태를 유지하고 그 긍정의 에너지가 돌보미인 우리들에게 돌아와 일하는 사람도 신명이 납니다.


#놀며 배우며

이처럼 강아지들은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시간을 갖는 것보다 일상 생활과 놀이에서 자연스럽게 규칙을 알려주는 것이 제일 좋은 공부가 되는 듯 합니다. 사실 개들은 집중력이 오래 가지 못해 어떤 교육이든 최대 길게 10분 이상을 하면 효과도 없습니다. 더구나 개들이 하버드를 갈것인가, 미적분을 풀 것인가. 개에게는 특별한 교육보다는 그저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서 매일 건강해지는 법을 알려주면 되는 듯 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니 언제나 교육 뒤에는 그 개들이 행복해지는 모습을 보며 개텔리어가 더 행복해지는 모습을 배우고 있더군요. 어쩌면 이런 방법이 진정한 배움의 과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지금 우리들의 배움은 어떤 방식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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