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에 갈 때 먹은 기내식. LUFTHANSA 항공사의 기내식. 의외로 맛있는 기내식에 놀라 핸드폰을 들고 카메라로 찰칵.
비행기에서 내려 이동하는 도중에 찍은 사진.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비행기. 저 안에는 포르투갈에 대해 어떤 이미지를 품고 여행 온 사람들이 있을까.
밤늦게 도착하여 사람이 별로 없다. 내가 상상했던 공항과 다른 모습이다. 크고 많은 면세점이 들어차 있을 줄 알았다. 생각보다 작은 공항에 소박함마저 느껴진다.
1월 8일, 생일에 출국하여 두근거리는 마음을 안고 포르투 공항에 도착했다.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공항에 있다 보니 호기심에 계속 이리저리 두리번거렸다. 늦은 시각이라서 사람들은 얼마 없었다. 10시간이 넘는 장시간 비행을 한 지라 정신은 신이 나 있어도 몸은 피곤한 상태였다. 사람들이 별로 없는 덕에 짐을 빨리 찾을 수 있었다. 공항 입구에서 인솔 팀장님을 기다렸다. 조원들과 더불어 같은 비행기를 타고 온 사람들은 하나 같이 피곤해 보였다. 팀장님과 함께 전용 버스가 도착했다. 40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버스로 이동했다.
도착한 시각이 늦어 주변을 둘러볼 시간이 없어 아쉬웠다. 숙소로 이동하면서 인솔 팀장님이 유명한 장소 위주로 설명했다. 나에게는 설렘보다 피곤함이 먼저였던 듯하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풀자마자 씻고 침대에 누웠다. 같은 방을 쓰는 언니와 잠깐 대화를 나누고 나서 바로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한 것도 없는데 1월 8일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계를 확인했다. 한국에서는 방학이라 늦게 일어나곤 했는데, 신기하게도 눈이 일찍 떠졌다. 시계의 초침이 6시를 조금 넘어가고 있었다. 포르투는 어떤 모습의 도시인지,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어서 눈으로 보고 직접 느껴보고 싶었다. 테라스로 나가봤다. 난간 밖으로 시내가 보였다. 우산을 깜빡하고 챙겨 오지 않은 나를 속으로 나무랐다. 비가 쏟아지는 건 아니었지만 우산 없이 돌아다니면서 축축해지고 싶지는 않았다. 나갈 준비를 하면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여행의 묘미가 바로 이런 거 아니겠는가. 일상에서의 나라면 조금만 비가 와도 우산을 썼을 터이다.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행을 떠났으니 일상에서처럼 행동할 필요는 없다. 여행이 주는 불편함을 즐겨보자.
테라스로 나와 찍은 사진. 날씨가 흐려 어두컴컴해 보인다. 여행 첫날에 비가 와서 걱정이 되지만 길거리를 걸어보고 싶은 마음에 살짝 들떴다.
포르투는 작은 도시였다. 걸어서 모든 명소를 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작았지만 포르투갈에서 방문했던 도시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이다. 렐루서점은 포르투 시내에 있는 서점으로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인 조앤 K. 롤링이 방문하여 유명해졌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보고 호그와트 기숙사를 떠올린 작가로 인해 포르투에 온 관광객들이 잊지 않고 들리는 곳이 되었다. 티켓을 받고 줄 서서 기다려야 할 정도로 사람들로 붐볐다. 기다리며 흘끗 티켓을 봤다. 티켓에는 페르난도 페소아의 얼굴이 있었다. 그의 시집 중 하나인 <불안의 책>도 쓰여 있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흔적을 여기서도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입장을 기다리며 찍은 사진. 빨간 망토를 입은 서점 직원이 눈에 띈다. 해리포터를 연상하게 하는 망토이다. 비가 와서 그런지 사람이 별로 없다. 한적한 거리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페르난도 페소아를 여기서도 만날 줄은 몰랐다.
렐루서점은 나로 하여금 생각에 빠져들게 했다.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며 포르투의 주민들은 이 점을 반가워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서점은 관광명소가 되어 책을 사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관광객들이 넘쳐나는 장소가 되어버렸다. 자연스레 책을 사가는 사람들은 줄어들었다. 여행자로서 다른 나라를 다니는 것은 좋지만은 않았다. 조용히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시끄러운 카메라 셔터 소리를 선사하고 있는 여행자들을 보며 생각했다. 여행자를 반가워만 할 수는 없지 않겠구나. 평화로운 일상에 끼어든 침입자가 된 기분이었다. 나 또한 책을 사가지 않고 사진만 찍었기에 죄책감이 들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2층에 올라와 사진을 찍고 나서 천천히 내부를 보고 있는데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책장 위에 견고한 석고로 조각한 얼굴들이었다. 왜 사람들의 얼굴을 붙여놓은 것일까. 책의 저자인가 싶었으나 확실하지 않았다.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서점 직원에게 직접 물어봤다. 일종의 전시회라고 했다. 포르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전시한 것이라고 했다. 포르투가 아직도 나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르투는 작은 도시라고 해서 더 큰 도시로, 사람들이 붐비는 도시로 발전하기 위해 급급해하지 않았다. 도시의 과거를 기억하고 현재를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해하며,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하는 포르투가 사람들이 지향해야 할 도시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얼굴을 보며 포르투에 사는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저마다의 발걸음으로 걷는 사람들을 보며 나 또한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느긋하게 즐기며 걸었다.
흐린 날씨가 포르투의 진풍경을 가리고 있었다. 비가 그친 후에 본 포르투는 달라져 있었다. 풍경은 아름다웠다.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자신이 품고 있는 이미지를 버리려 하지 않는 포르투이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앞으로 여행하며 다른 도시를 많이 가보겠지만 포르투는 내 안에 오래 머물러 있을 것 같았다. 탁 트인 풍경을 바라보며, 반짝반짝 빛나는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며 포르투의 아름다움을 담아갔다.
파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세찬 바람이 불어 춥지만 석양이 지는 모습을 바라본다. 하루를 소중히 흘려보내는 느낌이다. 밤에 보는 포르투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