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푸른 Feb 03. 2020

Episode 04. 함께하는 여행의 의미

나를 찾아 떠나는, _Sintra&Lisbon (01.10. Fri.)

그때의 나는 힘들어만 했다. 다른 사람들과 여행하니 눈치도 봐야 했고 무엇보다 여행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기에 서로 맞춰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았다. 룸메이트 언니와 여행할 때, 같은 조의 언니들과 여행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여유로운 여행을 기대했지만 대부분 "볼 건 다 보자!"라는 주의였기 때문에 쉴 틈이 없었다. 아침에 호텔 로비에서 만나 지도를 보며 어디로 갈지 정하고 목적지를 향해 바로 출발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도 급하게 움직였다. 각자 사진을 찍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나의 입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게 하나 있었다. 사진이 그랬다. 여행지에서 나의 사진을 많이 찍지 않는 나로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사진 찍기 좋은 장소를 찾았다며 연신 핸드폰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언니들이 낯설었다. 언니들은 나에게도 핸드폰을 들이밀며 찍어주겠다고 했다. 나는 그럴 때마다 거부했다. 아예 찍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마음에 드는 곳에서는 찍었다. 모든 곳에서 찍지 않을 뿐이었다. 시간이 촉박한 이유 중 하나가 사진이 아닐까 싶었다. 길을 가다 멈춰서 세 명의 사진을 찍으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다 보니 한 장소에 오래 머무르며 찬찬히 알아가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룸메이트 언니는 나와 성격이 완전히 달랐다. 나는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어찌 보면 쓸데없는 배려가 많은 사람이었다. 언니는 나와는 정반대였다. 이기적이지는 않았으나 무엇을 함에 있어서 자신을 먼저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이 틀릴 수 있음에도 늘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다고 결정을 내릴 때 언니가 나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것은 아니다. 항상 잊지 않고 먼저 나의 의견을 물어봤다. 싫은 것은 아니었으나 힘들었다. 여행할 때는 괜찮았지만 일정을 마치고 숙소에서 휴식을 취할 때가 그랬다. 나는 언니가 깰까 봐 이른 시간에 일어나 씻을 때 조심스러웠지만 언니는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언니는 이른 아침에 일어나면 바로 씻었다. 나에게는 캐리어를 여는 소리가 거슬렸지만 언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잠에 들 때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내는 소리가 언니의 잠을 방해할까 조심스레 행동했다. 밝은 조명이 언니의 신경을 건드릴까 두려워 되도록이면 끄려고 했다. 나는 작은 것 하나하나라도 무척이나 신경 쓰였다. 언니는 전혀 그래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잠이 든 와중에 소리가 크게 나도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조그만 일에 가만히 있지 못하는 나의 성격 때문에 힘들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오로지 '나'를 위해 행동했던 게 아닐까. 내가 불편함을 느낀다면 분명히 남도 그렇다는 점을 인지하지 않고 있었다. 낯선 사람과 같이 지낸다는 것이 편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나도 몰래 불평과 불만으로 칭얼대고 있었다. 같이 여행하는 언니들에 대한 나의 생각도 마찬가지였다. 나고 자란 곳도, 성격도, 외모를 포함한 다른 모든 것이 다른데 어찌 여행 스타일이 같을 수가 있을까. 남이 보기에는 내가 배려심이 깊고 남을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이해심이 부족해도 한참 부족한 사람으로 느껴졌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오롯이 '혼자' 감당한다면 어땠을까? 나는 분명히 정처 없이 헤맸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정하고 나서 목적지를 향해 갈 때 길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먹을지 한참을 고민하고 나서야 정하고, 무슨 식당이 좋을지 결정하는 데에도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혼자 다니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도 컸을 것이다. 늦은 시간에는 두려움으로 숙소에만 처박혀 있었을지도 모른다. 언니들과 다니면서는 몰랐으나 기억을 되돌아보니 여행의 의미가 달라져 있었다. 함께하는 여행의 의미에는 고단함도 있었지만 함께하지 않았다면 없었을 즐거움과 행복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언니들이 있어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고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었으며, 힘든 여정 끝에 맛있는 것을 나눠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혼자 했다면 느끼지 못했을 것을 '함께'이기에 느낄 수 있었다.


나에게 소중한 경험을 안겨준 언니들에게 고마웠다. 낯선 사람과 같이 지내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알게 하고, 나도 몰랐던 나의 이기적인 점을 알게 해 준 언니가 고마웠다. 



색다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페나성. 가족과 갔던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과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혼자가 아니기에 더 아름다워 보인다.


 









이전 03화 Episode 03. 작지만 아름다운 도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