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평화의 축복을 나눕시다, 평화를 빕니다
성당에서는 미사를 드릴 때 '평화의 인사 타임'이 있다. 평화의 인사 타임이라고 쓰고 혼자 성당을 다녀서 항상 혼자인 사람에게는 눈치게임이자 약간은 고역이기도 한 순간인 이 타임은 주님의 기도를 하고 나면 돌아온다.
돌연변이 마냥 개신교 근본주의 집안에서 혼자 성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이 평화예식이 가장 낯설고 뻘쭘했다. 평화예식의 시작을 알리는 신부님의 말씀에 나는 손만 기도손을 하고 주변을 두리번대며 눈치게임을 할 준비를 하곤 한다. 앞의 앞 줄에 계신 분들은 가족 단위로 오신 것 같으니 처음부터 나와 평화의 인사를 나누실 것 같지는 않아보인다. 다른 쪽을 살펴보니 혼자 오신 것처럼 보이는 분이 한 분 계신다. 또 다른 앞 줄에는 한 분이 혼자 계신 것으로 보아 저 분도 혼자 오신 것 같다. 그렇다면 내 선택은 저 쪽의 혼자 오신 것으로 추측되는 분들을 향해 살짝 애매한 각도로 평화의 인사를 드리면 저 두 분은 각자 자신에게 인사를 드린 것으로 보시고 나에게도 평화의 인사를 하심으로서 뻘쭘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겠지. 하며 열심히 짱구를 굴려 잔머리 계산을 한다.
신부님께서 "우리도 평화의 축복을 나눕시다"고 말씀하시면 나는 방금 철저하게 계획한대로 평화의 인사를 하려 하는데 이게 왠걸, 저 두 분끼리 "평화를 빕니다" 하며 인사를 하시는 바람에 나는 얼떨결에 멈춰서서 짧지만 뻘쭘한 이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를 바라게 된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평화의 인사 타임에는 그냥 상대방이 받던 말던 신경쓰지 않고 막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상대방도 받아준다고.
개신교에서 성당으로 본격 건너간 지 어느덧 두 달이 되어간다. 두 달동안 문화충격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롭게 배워야 할 것도 알아야 할 것도 그간 참 많았는데 앞으로 갈 길은 더 멀다. 길은 멀지만 그 과정을 내가 모두 할 수 있기를, 그리고 도와주시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