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어렵다는, 하지만 너무 빨리 끝나버린
세례명은 워낙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대부모는 뭐냐 하면서 간혹 영화 <대부>를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는데 대부모는 신앙생활을 이끌어주고 조언을 해 주는, 즉 영적인 신앙의 부모인 셈이다. 이 대부모 구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우선 직계가족을 대부모로 할 수는 없다. 친척 중에서는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다지 추천되지는 않는 방법이다. 대부모가 될 자격은 견진성사를 받은 가톨릭 신자여야 하고 나이가 나보다 어린 경우도 가능하지만 되도록이면 동년배 이상이 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한국 천주교회에서는 남자는 대부, 여자는 대모를 세우는 것으로 정해져있다.
지역 성당에서는 성당 내에서 대부모를 연결해준다고도 하지만 명동성당은 워낙 예비신자도 많고 명동성당에 교적을 두고 있는 신자도 많아서 그런지 따로 대부모를 성당에서 구해주지는 않는다. 즉 세례받는 예비신자가 스스로 구해야 한다. 다행히 나는 가깝게 지내는 친구 중에 견진성사를 받은 가톨릭 신자가 있어 친구에게 얘기했고 친구는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이 대부모가 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자신이 먼저 말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라도 괜찮으면 해주겠다고 말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대모를 구할 수 있었다. 그것도 예비자 교리 시작 전부터.
사실 난 세례명도 예비자 교리 시작 전에 미리 정하고 간 케이스다. 보통 세례명을 정할 때 축일을 생일로 저해서 맞추는 경우도 꽤 있지만 요즘에는 자신이 좋아하거나 자신에게 의미있는 성인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는 경우도 있다. 나는 '딤프나'로 정했는데 성녀 딤프나는 신경, 정신질환의 수호 성녀다.
성녀 딤프나는 이교도의 딸로 태어났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예수님을 믿게 되었고 14살의 나이에 하느님 앞에서 순결의 서약을 맺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어머니가 숨을 거두고 아버지는 상심하면서 자신의 아내처럼 아리따운 여인이 아니면 재혼을 하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가 자신의 아내를 닮은 자신의 딸에게 마음이 가기 시작하고 딸에게 동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성녀 딤프나는 하느님께 순결을 서약했기에 아버지의 명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아버지에게서 벗어나고자 벨기에의 겔(Geel)이라는 마을까지 가서 피신생활을 했다. 그리고 성녀 딤프나는 자신이 가져온 값비싼 동전으로 마을에 병원을 세웠는데 그 병원은 신경계 또는 정신적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병원이었다고 한다. 당시 유럽은 정신질환자를 외면하고 핍박했지만 성녀 딤프나는 오히려 그들을 위한 병원을 세운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보낸 추적자들은 결국 그녀를 찾아냈고, 아버지는 직접 겔 마을로 찾아와 성녀 딤프나를 자신의 검으로 참수하기에 이른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서양에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에게 전통처럼 내려오는 기도 방법이 있다고 한다. 성녀 딤프나 형상이 새겨진 메달을 손에 쥐고 "성녀 딤프나여, 내 뇌를 고쳐주소서"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이 기도가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심적 안정을 찾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들 한다.
성녀 딤프나는 기본적인 인권조차 가질 수 없었던 당시 유럽의 정신질환자들을 하나의 고귀한 인간으로 이해했다. 직접적 당사자인 내 입장에서 지금으로부터 꽤나 멀리 떨어진 과거에 살던 성녀님이지만 사회에서 소외되고 차별과 혐오를 당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온 성녀님의 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성녀님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 '성 딤프나여, 내 정신의 아픔을 고쳐주소서'하는 마음으로 세례명을 딤프나로 정하게 되었다.
출처 : 내 일러스트 인스타 계정(@illust_paroo)
주 예수 그리스도이시여, 당신은 성녀 딤프나로 하여금 정신과 신경질환의 수호자로 세우시고 수많은 환자들을 위하여 간구하게 하셨나이다. 이러한 환자들에 대한 성녀의 관심은 전세계를 통하여 애덕에 관한 영감과 이상을 불러일으키셨나이다.
이 순결한 젊은 순교자의 기도를 통하여 세상 곳곳에서 신경,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는 모든 이들이 도움을 받고 위안을 받을 수 있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