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를 향하여

이렇게 진짜 끝이 보인다고?

by 울새


마지막 교리 수업을 다녀왔다. 벌써 마지막 수업이라니, 믿어지지 않으면서 신기했다. 언제 날짜가 가나 세면서 지내던 것이 어제 일 같은데 이제는 진짜 막바지를 향해간다니. 그리고 이제 9일 기도를 시작했으니 확실히 얼마 남지 않았구나 싶다. 아직 해야 할 것들은 남았지만 그래도 디데이 숫자가 두 자리에서 한 자리로 바뀌었다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낯선 감각과 싱숭생숭함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이제 진짜 이 집안에서 유일하게 개종한 인간이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완전하게 이 집안과 인연을 끊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님에 의해 결정되어 내 의사와는 완벽하게 무관한 종교가 아니라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한 인생을 살겠다는 것을 거의 처음으로 주장한거라 심란하긴 하지만 그래도 그것까지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렇게 끝나간다는게 믿어지지 않고 간혹 내 카톡 프로필에 띄워진 디데이 숫자를 보며 어색해하기도 하지만 장장 6개월 남짓의 여정을 꼬박꼬박 달려온 내 자신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예비신자 기간이 길고 해야 할 것도 많다보니 청년 영세자가 급감하는 것에 한 몫 한다는 말이 있는 이유도 알 것 같다. 확실히 기간도 길고 그만큼 해야 하는 것도 많아서 아마 나도 반 백수 상태가 아니었다면 완주하지 못했을 듯 싶다.



초를 켜고서 9일 기도를 하려니 느낌이 새롭다고 해야 하나. 아직 라이터는 낯설고 돌려서 켜는 라이터는 영원히 못쓸듯 싶지만 평소 쓰는 라이터로는 알아서 불을 켜고 끌 수 있게 되었다는게 신기하다.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이 직접 느껴지니 끝이 다와간다는 것도 실감난다. 마지막까지 그간 해왔던 것처럼만이라도 할 수 있기를. 그리고 침묵으로 조용히 기도하며 인내하고 기다리기를.


현재 이 글을 쓰는 날짜를 기준으로 셰례까지 앞으로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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