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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Jan 09. 2024

네? 제가 안락사 가능 대상자라고요?

하지만 딱히 반갑지도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아요


 어느 날 트위터에 흘러든 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 기사에는 캐나다에서 안락사 가능 대상을 정신질환으로 확대시켰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기사에 대해 인용을 하며 캐나다에 당장 가야겠다는 말이 한가득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기사를 본 것은 2023년 12월 즈음이었지만 구글링을 하니 이미 2023년 3월 캐나다 연방정부에서는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도 안락사 대상자로 허용했고 그 범위는 우울증, 양극성장애, 조현병, PTSD, 거식증이 해당될 수 있다고 밝혔다고. 그리고 이 뉴스에 대해 정신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 사례를 소개하며 의학적 치료 효과가 없는데 안락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는 말을 전했다.


 기사를 보면서 그리고 대다수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내 종교가 가톨릭인걸 빼더라도 안락사는 윤리적으로 매우 예민한 문제이다보니 내가 어떻게 말을 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이었다. 병으로 인한 고통은 이해하지만 안락사로 얻은 죽음이 정말 인간적이면서 존엄한 죽음이라 칭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있어왔고, 그동안은 직접적으로 내 일이 아니었다보니 깊게 고민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나에게 안락사란  그저 먼 어딘가에서 전해지는 이야기 혹은 까마득하게 떨어진 미래 중 하나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기사를 보고 캐나다에서는 내가 그 안락사 가능 대상에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이걸 어떻게 생각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지난 최근 5년이 넘는 시간을 양극성장애 당사자로 살아오면서 차라리 죽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지만 막상 그게 어느 국가에서는 합법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나니 이게 진짜로 맞는걸까? 싶은 의문이 떠올랐다.


 나름 긴 시간동안 죽음을 바라고 시도하고 실패해서 응급실과 정신병동을 오가는 루트를 반복하며 깨달은 것은 정신질환이란 낫거나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어떤 때에는 괜찮아서 잘 지내다가 또 어떤 때에는 병증으로 폭발하거나 죽어가거나. 이것 뿐이었다. 그 중간 어딘가에 있어야 할 '평범하게 잘 지내고 멀쩡하게 생활한다'는 나에게 더이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꼬박꼬박 병원을 가고 매일 약을 먹어도 기계가 고장나서 수리를 맡겨 고쳐왔는데 그 고장났던 부분이 반복적으로 고장나는 기분이었다.


 5년이 넘어가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건 고칠 수 없고 그냥 내가 평생 가져가야 하는 불편함이라고. 사람들은 모두가 각자의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며 원래 모든 병에서 완치 개념은 애초부터 없는 허상이었다고. 평생 나는 병자에 그런 인생을 살아가겠지만 그래도 이게 내 삶이니 뒤집힌 세상을 살아가도 괜찮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누구나 사람은 신체적으로던 정신적으로던 불편함을 가지고 살아가고 그건 모든 사람들이 해당되며 나만 그런 것은 아니기에.


 기사를 읽고 사람들의 인용까지 보고 나니 기분이 묘하면서 이상해졌다. 나 역시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며 죽음을 오랜 기간 갈망해왔지만 막상 내가 안락사 대상자가 된다고 하니 생각보다 기분은 좋지도 반갑지도 않았다. 그런걸 보면 나는 그 긴 기간동안 그토록 원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싶은 고민이 든다. 고민과 함께 오래 전 자살로 사망한 사례는 정말 작정하고 죽음을 원했던 것보다는 사고사로 사망한 사례가 대부분이라는 글이 함께 떠올랐다. 적지 않은 자살 사망자가 진짜 죽고자 했기보다는 어쩌다 사고로 죽는 경우라고 한다면, 그리고 멀지만 어느 국가에서는 내가 조력자살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데 기쁘거나 반갑지 않고 되려 묘하게 이상하고 씁쓸하게 느껴진다면 긴 기간 동안 내가 원하고 갈망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쓸데없이 잡생각이 증식하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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