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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Mar 03. 2024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를 떠올리며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영혼을 위해 기도합니다


 성모님이 성령으로 잉태하셨을 때 대천사 가브리엘이 이를 성모님께 알렸다. 그 내용이 성서의 루카복음서 1장에 등장한다. 주님 탄생을 예고한 천사라 그런지 가브리엘은 텔레커뮤니케이션 종사자의 수호천사이기도 하고 많이 쓰이는 세례명이기도 하며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세례명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를 알지는 못한다. 그 시기 나는 철저히 벽장 속에 숨어서 남몰래 퀘스처닝을 하고 있었기에 지금처럼 나름 오픈리 퀴어로 활동을 하지 않았다보니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적 소수자라는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받다가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기사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월례미사 중 신부님께서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죽음에 교회는 부채를 지고 있으며 한 사람이 죽음에 몰리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강론시간에 말씀하셨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와주고 연대해주고 먼저 손을 잡아주었다면 그런 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텐데 어찌보면 방관하듯 지켜만 본 우리들 모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변희수 하사의 기일이 가까워지면서 곳곳에서 들리는 가브리엘라 하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마음이 씁쓸하면서 복잡하다. 그리고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한 명이 될 수 있음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가브리엘라 하사의 언어에서 정말 세례명과 어울리는 사람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주님, 변희수 가브리엘라 하사의 영혼을 돌보소서. 당신의 품 안에서 가브리엘라 하사가 따뜻한 안식을 누리길 기도합니다. 가브리엘라 하사는 온갖 혐오와 냉대 속에서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 용기내어 먼저 연대하고 손잡아주지 못한 저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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