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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Feb 19. 2024

성소수자도 사람인데 말이지

그냥 호모 사피엔스일 뿐인데 말이지


 성소수자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 말이 뇌리에 콕 박힌다. 우리는 그저 더럽고 역겨운 죄악이고 슬픔을 표현하는 것조차 허락되지 않는다는 그 말에 여러 생각을 하게 된다.


 교황청 신앙교리부에서 동성커플 축복 승인이 공식적으로 발표되고 나 역시 연락을 많이 받았고 관련된 기사와 글들을 많이 보았다. 그 중에는 좋은 말도 있었고 나쁜 말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정말 반가웠다. 성소수자이면서 가톨릭 신자인 나는 아직 제도교회가 가야 할 길이 멀고 험한 것은 사실이고 아쉬운 점도 있지만 그럼에도 첫 걸음을 시작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보에 쏟아지는 혐오성 짙은 발언과 마치 가톨릭 교회 내에는 성소수자가 아예 없을거라 생각하고 상처주는 말을 당당하게 싣는 것을 보며 한숨만 나왔다.


 그리고 한국 가톨릭 교회에서 공식적으로 동성 커플 축복을 받은 사례가 기사로 나오자 말이 더 많아졌다. 커플 당사자들과 축복을 한 신부님을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입장에서 기사에 달리는 악플을 보며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축복을 하는건 말도 안 되니 숨어살아라, 가톨릭은 타락했으니 구교는 없애고 다 신교로 해야한다 이런 막말들을 보며 내가 속상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어떻게 해야 맞는걸까.


 아마 그들은 우리가 음지에 숨어 살기를 바랄 것이다. 적어도 드러내지는 마라, 보기 싫으니 숨어서 살아라, 라고 하며 말이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나는 더욱 힘껏 무지개 프라이드를 드러내기로 했다. 성소수자는 당신들 착각보다 훨씬 가까이에 있으며 우리가 숨어살 이유가 없고 우리 역시 그냥 사람일 뿐이라고. 성소수자이기 이전에 우리도 사람이라고.


 마음은 여전히 안 좋지만 그럼에도 마냥 나 혼자가 아니란 것을 이제는 알기에 포기하고 싶진 않다. 퀴어포빅한 이 사회에 나 혼자 덩그라니 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니까. 그러기에 서로와 서로에 함께 기대며 이 세상에서 여러 이유로 고통받는 성소수자 당사자들과 우리들과 연대함으로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다. 아 그리고 개소리를 공공연하게 전시하는 혐오주의자들이 하루빨리 정신차리고 스스로가 얼마나 쪽팔린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닫게 해주시길 하는 마음도 약간 가지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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