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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누비스 May 17. 2024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데

너희가 뭐 대단하다고 그렇게 시끄럽게 혐오전시를 하니?


 5월 17일, 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International Day Against of Homophobia, Biphobia, Inter & Transphobia, IDAHOBIT)다.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에서 '동성애'를 정신질환 목록에서 삭제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확실히 이전보다는 상황이 나아졌다. 나 역시 이를 체감하고 있고 세상이 달라지긴 하는구나 싶을 때가 종종 있다. 여전히 사회에는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남아있고 포괄적차별금지법조차 없는 상황이지만 예전에 비교해서 나아지긴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지만 지금 상황이 마냥 괜찮다고 할 수도 없는 것 같다. 다음 달인 6월 1일 서울 퀴어 축제가 열리면 그 곳에서 종교를 방패삼아 우리를 혐오하는 이들을 맞닥뜨릴 것이다. 그들은 우리에게 소리를 지르며 동성애는 정신병이라고 할 것이고 너희는 불지옥에 떨어질 것이니 하나님께 회개하라는 개소리를 쏟아낼 것이다. 무지개 깃발을 펄럭이며 퍼레이드를 걷는 동안 수없이 쏟아지는 저주가 배어든 개소리를 마주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고 나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 것인가.


 주일미사를 명동성당으로 가기에 명동을 일주일에 한 번은 가는 셈이다. 다들 알다시피 명동성당 부근에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있고 그 주변에는 종교를 핑계로 온갖 혐오의 소리를 내뱉는 이들이 있다. 이전에는 그런 사람들을 보며 나 역시 상처받고 마치 저들은 내가 죽기를 바라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몇 번이나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혐오전시를 하는 이들 앞에서 당당하게 무지개 뱃지와 무지개 리본을 달은 가방을 매고 지나가며 그들이 무식함에서 깨어나 진정으로 하느님과 예수님에 대해 깨닫기를 기도하게 되었다. 그들의 혐오가 잘했다는 의미가 결코 아니라, 자신들이 얼마나 멍청하고 무서운 짓을 하고 있는지를 깨닫고 그들이야말로 하느님께로 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말이다.


 종교를 방패삼아 우리에게 혐오를 마구잡이로 던지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어쨋든 신이 나를 사랑한다는데 너희가 뭐 그렇게 가타부타 말이 많은 것이냐고. 하느님이 나를 사랑하고 예수님이 나를 사랑하고 하느님은 나를 실패작으로 만드신게 아니고 나 역시 그 분을 사랑하는데 왜이리도 시끄럽게 떠드는 것이냐고. 그리고 예수님 또한 그 시대에 천대받는 사회적 소수자들과 함께 하셨는데 너희가 뭐 얼마나 대단하다고 누군가에게 무차별적 언어공격을 하는 것이냐고. 성경에도 사람을 차별하지 말라고 되어있는데 너희가 뭐 되는 것도 아니면서 너희한테 유리해보이는 구절 하나 똑하니 뜯어다가 갖다붙여서 난리치고는 그 외에 다른 것들은 생판 무시를 하는 것이냐고.


 나는 성소수자로서 당당하게 내 인생을 살기로 했다. 부모님은 나를 지지하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이게 내 삶이고 설령 부모님이 나를 인정하지 않더라도 내 주변에는 이미 나와 연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지 아니한가. 그거면 되는 것이니까 나름 나쁘지 않다고 말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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