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Z vaccine의 이상반응 중 하나로 대두되고 있는 대뇌 정맥동 혈전증 cerebral venous sinus thrombosis (CVST).이에 대한 전문가 논의가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되고 있어 듣고 있다. 일단 CVST의 발생빈도와 현재 감염유행 상황의 위험을 보았을 때에는 AZ vaccine 접종을 지속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에 동의하고, 한편으로는 CVST와 백신과의 인과관계는 아직 부정하기는 어렵고 더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즉 '백신과 관련성 없다, 안전하다'면서 퉁칠 것은 아니지만 현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할 때 백신을 중단할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일단 여기서 쓰려는 건 그건 아니고...
CVST가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대뇌정맥부비강혈전증"으로 번역되고 있다. 아니 일부라고 하기엔 연합뉴스에서 처음 그렇게 써서 매일경제, 한국경제, 국민일보 등에서 모두 이 용어를 사용한다. 물론 기사제목에는 뇌혈전증이라고 쓰고 있지만 (일반인 수준에서는 뇌혈전증 정도의 언어도 무난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뇌경색의 일반적인 원인이 되는 동맥혈전증과는 구분을 해야 하므로 "정맥동" 혈전증이라고 구분을 할 필요는 있다.) 기사 내에서는 "대뇌정맥 부비강 혈전증"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부비강이 왜 나오는가....
부비강 (부비동이라고도 부른다: paranasal sinus)은 대뇌정맥동과는 전혀 다른 위치의 해부학적 구조물이다. 정맥동은 일종의 혈관이다. 부비강/부비동은 코 주변의 두개골 내에 평상시에는 공기가 차 있는 빈 공간이고, 여기에 염증액이 차면 보통 '축농증'이라고 말하는 누런 콧물, 코막힘 등의 증상이 있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 된다.
혹시 번역기를 돌린 결과인가 해서 구글 번역과 파파고를 다 돌려보았으나 모두 제대로 번역한다.
그러면 부비강은 어디서 온 것인가? 네이버 영어사전에서 검색해보고 이유를 알았다. 인체 내에는 sinus라고 불리는 해부학적 구조물이 여럿이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paranasal sinus를 생활영어에서는 sinus라고 쓰니 이렇게 나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어쩌나. 이 sinus(paranasal sinus)가 그 sinus(cerebral venous sinus)가 아닌데. 그래도 코 안쪽으로 이어지는 구멍이라고 사전에 설명이 되어 있으면 이게 대뇌랑 어떤 연관이 있는 것인가, 하고 의문을 가질 법도 하건만.
아무튼 인공지능 만만세. 결국 추론하건데 이 용어는 처음에 기사를 쓴 기자가 영어사전을 찾아서 조합한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기자의 지능이 인공지능만도 못하다는 한탄보다는 기사 작성 전 전문가에게 문의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결정적인 증거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하긴 임상시험도 끊임없이 "임상실험"이라고 쓰는데 뭘 기대하나. 단어 하나하나에 꼬투리잡고 싶지는 않지만, 사람의 품격은 말이 드러내주듯이 언론기사의 질과 신뢰도 역시 얼마나 정확한 단어를 적절하게 사용하는지를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